지난 보름간의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현장에 김정은 당 총비서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리 여사의 ‘이례적’ 동행은 북한이 자신들의 핵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함과 동시에, 이번 도발이 단순한 ‘시험발사’ 수준을 넘어서는 행보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전술 핵운용 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지도했다”면서 그간 지난달 25일부터 전날인 9일까지 진행된 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을 모두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각 시험발사 현장의 사진을 다양하게 공개했는데 이 중에는 김 총비서와 리 여사가 양손으로 귀를 막고 미사일 발사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도 있다. 리 여사는 9일 새벽에 진행된 초대형방사포의 ‘심야 발사’ 현장에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 보도를 통해 확인된 리 여사의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 참관은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리 여사는 과거 전투비행술경기대회나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 뒤 열리는 ‘연회’ 등 제한적 군 행사에만 참석했다.
‘공직’에 있지 않은 리 여사가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는 북한이 이번 훈련을 핵 공격에 대응한 ‘준 전시’ 상황으로 상정해 진행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북한은 보름간의 군사 행보를 진행하는 동안 김 총비서의 참관 여부도 공개하지 않다가 이날 한꺼번에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군 최고통수권자로 ‘국가핵무력’을 직접 지휘해야하는 김 총비서에 대한 신변보호와 군사적 전략이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보름간의 군사행보가 한미의 ‘핵 위협’, 즉 동해에 전개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의 전개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김 총비서가 지휘한 이번 군사훈련이 ‘핵 전쟁’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로 진행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때문에 리 여사 또한 ‘전시상황’ 시나리오 속에서 김 총비서와 동행하며 같은 수준의 경호를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리 여사의 현장 참관은 북한이 군사 행보 ‘의지’를 부각하고, 핵능력에 대한 자신들의 자신감을 내비치는 측면이 반영됐다고 봤다.
과거 북한은 미국의 핵항모 전개 등 ‘위기 상황’이 고조되면 특별경계태세에 들어가면서 김 총비서 일가를 특각 등으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엔 김 총비서가 전면에 나서 공세적 대응을 직접 지휘했고, 여기에 리 여사까지 대동하면서 한미에 대한 ‘강 대 강’ 맞대응 의지와 실전 능력을 과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리 여사의 동행에 대해 “실전대비 능력이 성공적이라는 자평이 있어서 자신감 표현 방식으로 (리 여사를) 발사장에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핵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한미일이 자신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적 행위”라며 아울러 “단순 시험발사가 아니라 실패 가능성이 없는 실전배치가 확실한 전력화된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사항전 의지를 더욱 부각하며 내부 결속 의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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