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대 적자’ 한전, 자회사들은 직원 ‘제주도 가족여행’까지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0일 13시 59분


한전 관계사 11곳, 연수원 ‘휴양’ 이용에 예산 77억원 지급
與 김성원 “한전, 고강도 자구책 마련해야”

한국전력이 올해 상반기에만 14조3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전력생산에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 보유 재고량이 줄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적자구조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8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현판. 뉴시스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4조3000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한전의 자회사들이 ‘연수’ 명목으로 직원 및 가족들의 제주도 여행 등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 자회사 5곳(남동 동서 남부 서부 중부발전)은 ‘제주생활연수원 단체연수프로그램’을 하나투어와 협약을 체결해 공동 운영 중이다. 이들은 자체 보유한 콘도의 숙박비용 외에도 제주도 왕복 항공료, 주요시설 입장료, 관광 차량, 가이드, 식대 등을 제공했다. ‘연수 프로그램’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론 직원 및 가족들의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지원한 것. 발전 5개사는 2018~2020년 3년간 직원 889명과 이들의 가족 3627명의 제주도 여행 지원에 약 13억 원을 사용했다.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프로그램은 2022년 9월부터 재개됐다. 특히 직원 1인당 책정된 ‘단체연수비용’은 2018년 7만4400원에서 2019·2020년 12만9000원, 2022년 18만 원으로 증가해 추후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발전 5개사처럼 여행사와 협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직원들의 제주도 여행을 지원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2018~2020년 3년간 직원 758명 및 가족 3138명의 제주도 여행에 약 9억3700만 원을 지원했다.

또 충북 충주와 강원 속초 두 곳에 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전은 한전 직원들과 발전 5개사, 한수원 등 관계사 10곳의 연수원 이용 항목으로 예산을 지원 받고 있었다. 관련 예산은 ‘교육훈련비’ ‘생활연수교육비’ ‘생활관수수료’ 등으로 지원됐다. 하지만 실제론 직원 및 가족들의 식비, 관광시설 입장권(설악산, 낙산사 등), 웰컴기프트(과일바구니), 연수원 왕복 교통비 등 연수와 무관한 휴양 경비로 지급된 것. 해당 프로그램에 2018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77억 원의 예산이 지급됐다.

김 의원은 “국민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고통을 국민들에게만 떠넘길 게 아니라 한전 스스로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지난해 7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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