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거래소 고위 간부가 직원의 엉덩이를 때리는 등 잇따른 비위로 문제가 됐지만 정직 1개월의 징계에 그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피해자는 다른 부서로 전출된 반면 직원들에게 “칼춤”을 언급하며 보복을 시사했던 해당 간부는 자리를 지켰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무소속 양향자 의원실에 따르면 전력거래소 A 실장은 1월 12일 공개 장소에서 부하 직원의 엉덩이를 때리고 복수의 부하들에게 폭언과 협박을 반복해 직장내 괴롭힘 행위 신고 대상이 됐다. 이후 A 실장의 비위에 대한 제보가 총 14건 접수됐고, 조사를 맡은 공인노무사는 이 중 12건을 사실로 인정하고 5건을 법적 판단 대상이 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A 실장은 공개 장소에서 부하 직원의 엉덩이를 때린 것 외에도 연구 과제를 ‘똥’이라 비하하고, 보고서를 던지며 “갖다 버리라”고 말하는 등 폭언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직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휴가를 못 쓰게 했고, 업무상 필요 없는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A 실장은 비위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자 직원들에게 “나는 무서운 사람이다. 칼춤 한번 춰봐? 더 강력한 빌런(villain·악당)이 되겠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A 씨는 대학 동문인 B본부장이 위원장을 맡은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당초 징계양정위원회는 위원 3분의2의 찬성으로 A 실장에 대해 정직 3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내려야한다고 결정했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인사위가 대폭 감형했기 때문이다. A 실장은 이 건과 별도의 근무 태만으로 감봉 3개월 조치도 받아 징계가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징계는 정직 3개월에서 1개월로 낮아졌다. 전력거래소 징계양정업무세칙에서는 ‘서로 관련이 없는 2종류 이상의 경합되는 징계행위를 동시에 징계하고자 할 때는 징계를 가중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전력거래소는 사건 참고인 조사에서 A 실장이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B본부장과 대학 동문으로서 친분을 과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한 A 실장이 특정 직원을 두고 “(B본부장에게) 얘기해서 날려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조사됐다. 하지만 B본부장은 그대로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A 실장의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했다.
A 실장을 신고한 피해자와 사건 관련 진술을 한 참고인 2명은 A 실장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기도 전에 다른 부서로 전출됐다. A 실장 산하 부서원 전원에게 부사이동희망서를 받은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정작 직장 괴롭힘 당사자인 A 실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양 의원은 “전력거래소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하는 자세는 가해자에 대한 처분을 통해 판단할텐데 이런 조치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