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자리를 두고 당권 주자들 간 ‘물고 물리는’ 신경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한글날 연휴 동안 당권 주자들이 타 후보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자신이 위기 상황에 적합한 지도자임을 강조하면서 세 결집에 나섰다.
차기 당대표는 오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당내 입지 강화는 물론 ‘총선 승리=대권 보장’이라는 인식이 강해 향후 대선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자리다. 이에 당권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 싸움이 계속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했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기각된 후 차기 당권 주자들 간 견제가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가장 먼저 경쟁의 물꼬를 튼 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전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권 초기부터 이준석 전 대표는 대통령을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며 흔들어 대더니 이제 유승민 전 의원이 뒤를 잇나 보다. 윤석열 당원도 징계하라 한다”며 “잊지 않아야 할 한 가지는 친윤이든 비윤이든 반윤이든 윤 대통령이 실패하면 대한민국 정상화는 물 건너간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에게 가처분 신청 등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을 추가 징계한 데에 불복하며 “양두구육이 징계사유라면 ‘이 XX들, X 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나”라고 비판한 바 있다.
나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이 또 다른 글을 통해 대구·경북(TK) 지지자 사이에서 차기 당권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한 데에 대해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7주 연속 1등은 나, 본인”이라고 부연하며 견제하기도 했다. 원내에서는 김기현 의원이 대권 주자로도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과 유 전 의원을 겨냥해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견제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의 총선 승리만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쏟아붓고 차기 대선 불출마를 포함한 그 어떤 개인적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며 “새롭게 출범할 차기 지도부의 지상 과제는 단연코 총선 승리이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만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풍찬노숙하며 우리 당을 지켜온 수많은 당원의 이런 바람에 대해 자칭타칭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은 명확하게 답해야 할 것”이라며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을 압박했다. 이는 반대로 항상 당과 함께했던 자신에 대해 우월함을 에둘러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김 의원이 이처럼 발언 수위를 높인 데에는 탄탄한 당내 기반에도 대외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진 의원들에 이어 초·재선과의 접촉을 시도하며 입지를 굳혀가는 안 의원, 보수 정당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 전 의원을 경계한 것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두고 지난 주말 전부터 힘겨루기가 격화되고 있다. 차기 당대표가 오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물고 뜯는 난타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7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당대표였던 점을 꼬집으며 “창당, 합당, 탈당, 또 창당, 합당, 탈당 이렇게 8번을 반복했는데, 중도보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을지, 창당, 탈당해 너무 과도한 변신을 한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런 김 의원에게 견제구를 날린 것은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경쟁자를 견제하는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이 민주당 대표를 지낸 사실과 창당·합당·탈당 이력을 공격한 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비꼬았다. 안 의원도 포문을 열고 경쟁에 나섰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MBN 인터뷰에서 “어떤 분들은 제가 뿌리가 좀 약하지 않느냐고 말한다”며 “당에서 뿌리가 아주 깊은 분들은 당대표에 당선되면 공천을 줘야 할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김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을 향해선 “굉장히 좋은 자질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지난 경기지사 경선 때 50 대 50 룰이었음에도 졌다. 당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며 “출마할지 당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힘을 쓸 것인지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대방 견제에 나선 이들과 달리 사태를 관망하며 정치개혁을 강조한 주자도 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를 주장하며 “국민의힘도 변하고 새로워져야 한다. 국민의힘이 국민께 힘을 주지 못하고 힘을 빼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달 하순께 당권 도전 관련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앞으로 전당대회 개최 시점과 룰 등을 두고 후보 간 이해관계에 따라 세 대결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일단 내년 2월 전대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바뀔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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