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동해상에서 이뤄진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지 3일 만에 또 다시 공세 수위를 높인 것. 이 대표의 ‘욱일기’ 발언에 국민의힘은 “비약의 비약을 거듭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하고 나서 여야 간 ‘친일 공방’이 길어질 조짐이다.
● 李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나”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일본 자위대와 최근 연달아 한일 합동 훈련을, 그것도 독도 근처에서 하고 있다”며 “사실 이건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는 행위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과 우리 자체 국방력으로 충분히 안보를 지킬 수 있는데 일본을 왜 끌어들이려 하냐”며 “일본군의 한반도 침투?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 그런 일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보수 정권,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지소미아 체결, 위안부 문제 등을 이상하게 처리하더니 윤석열 정부 들어오니 더 나아가 합동 군사훈련을 한다”며 “욱일기와 태극기를 함께 휘날리며 훈련을 하는 것이 나중에 역사적으로 어떤 일의 단초가 될 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원로들도 이날 라디오에서 일제히 이 대표를 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본질이 중요하다. 합동훈련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죽창가라는) 집권여당의 과민반응은 옳지 않다. 이번 군사 훈련은 공해상이지만 독도와 상당히 가깝다”고 했다.
● 與 “반일선동 마약에 의지”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공세에 “‘친일’로 몰고가며 국민을 양분하고 분열시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욱일기가 한국에 걸릴 거라는 말 자체가 비약의 비약을 거듭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북한 핵 문제에 대응하려면 서로 교류해야 할 정보도 있고 해서 같이 하는 연습이지, 일본이 우리 땅을 다시 밟게 만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날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사실상 핵실험을 예고한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친일’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뻔한 ‘친일 몰이’는 민주당의 선동 DNA만 드러낼 뿐”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반일선동이라는 정치적 마약에 의지했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이 대표의 ‘욱일기’ 발언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한미일 연합 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에도 두 차례 실시됐다. 민주당은 ‘그 때는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서 실시한 것’이라며 이번과는 다르다고 변명한다”며 “그럼 제주도에는 욱일기가 걸려도 된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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