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한국전력 나주 본사에서 11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여·야 의원들의 낙하산 인사 공방전으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날 한국전력을 비롯한 16개 에너지공기업 현장국감에선 문재인 정부 말기에 임명된 동서발전 사장과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최근 임명한 공공기관 고위직인 동서발전 상임감사 인사를 놓고 질타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시갑)은 1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지난해 채용과정에서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 내용을 문제 삼았다.
동서발전 사장 후보 모집공고문을 패널로 제작해 들고 나온 구 의원은 “동서발전 사장 임명과 관련해 채용 세부평가 자료를 요청했는데 거부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서발전 사장 자리는)전력산업분야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고 최고경영자로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김영문 사장이 쓴 자기소개서 내용을 지적했다.
구 의원실에 따르면, 김 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고 12년 후배로,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관세청장을 지낸 뒤 총선에서 낙마한 지 1년 만에 동서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구 의원은 “자기소개서를 보면 ‘동서발전의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해당분야 경험도 전무하다’고 적혀 있다”고 밝힌 뒤 “리더로서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은 사람을 채용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부실한 자기소개서 지적은 야당의원의 질의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시)은 한국수력원자력 최익규 상임감사를 국정감사장 증인으로 불러내 자기소개서 표절부터 업무 전문성을 문제 삼았다.
최 상임감사를 불러 세운 신 의원은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에게 막말하고 표적감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부터 제기했다.
신 의원은 최 상임감사가 작성한 자기소개서(직무수행 계획서) 내용 중 ‘세계정세는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인해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했던…, 일극 체제’ 부분에 대해 “Jay H. Sean.이 지난 7월 12일에 페이스북에 쓴 거랑 내용이 똑같다. 딱 보고 베낀 명백한 표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치관을 묻는 항목에 대해 쓴 부분도 문제 삼았다. “최 상임감사가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 무조건 열심이가 아니라 제대로 열심히 하자’고 작성했는데 이는 모두 지난 2010년 본인(최 상임감사)이 출간한 책을 베껴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 사업에 대한 소견을 묻는 항목에서도 단락 순서만 바꿨을 뿐 다른 사람 SNS 글을 갖다 붙이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최 상임감사는 이력서에 무역, 건설회사 등에서 일하다 2002년부터 2년 간 한나라당 관악을 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낸 걸로 돼 있다. 이후 18년 간 경력은 비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의원은 “한나라당 지구당 사무국장이 에너지랑 무슨 관련이 있어서 동서발전 상임감사가 됐느냐”며 낙하산 인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 상임감사는 “논문도 아니고 글 풀어가기 위해 쓴 것이고, 한수원에 들어가면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기 위해 쓴 것인데 의원님이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제 소개서에는 책 제목 하나잖습니까? 또 10년 전 읽었던 책 제목을 한수원 상임감사 도전하면서 쓴 게 뭐 그렇게 잘못 됐느냐”고 길게 반문하기도 했다.
국감장에선 최 상임감사의 답변 태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여기는 국감장이다. 증인으로 나온 분이 의원 질의가 길었다고 본인도 길게 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훈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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