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2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김 위원장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종북 성향이 있다’고 한 발언을 철회하지 않자, 여야 의원들 간 설전 끝에 국정감사가 중단됐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경사노위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에게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고 의결하는 자리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최근 보여준 행보는 반노동 선동가”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 대한 김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작년 ‘민주당 국회의원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윤건영은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고, 이들은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대화가 가능하겠나. 노동계는 물론이고 환노위와도 대화가 안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발언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전 의원의 질의에 “제가 윤 의원에 대해 여러 가지 도를 넘는 표현이 있었다면 잘 좀 널리 이해해달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에 당사자인 윤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생각에 변함이 없나”라고 직접 물었고, 김 위원장은 “맥락을 봐야 한다. 어떻게 그 부분이 표현됐는지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발언을 취소하라’ ‘사과하라’ ‘어떻게 국감을 하나’라며 항의를 쏟아냈다. 장내 소란이 빚어지자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위원이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당하면 계속 질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직접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윤 의원은 “국감장 증인으로 나온 사람이 국회의원에게 ‘수령에 충성하는 사람이다. 그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하는 건 국정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저에 대한 인격 모독이고, 사과가 없으면 더 이상의 질의가 무의미하다”고 국정감사 중단을 요청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어떻게 간첩이랑 같이 일하나. 여야를 떠난 문제 아닌가. 변호해주고 방어해줄 일이 아니지 않나”라며 김 위원장의 사과와 환노위 차원의 고발 조치를 촉구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도 “김 위원장이 (윤 의원이)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한 생각이 변함없다고 말하는 건 한계를 넘었다”며 “김 위원장을 거짓 증언에 따라 위원회 의결로 고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김 위원장은 취임식 직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총살감이라는 발언을 철회하지 못한다고 했고, 민주당에 종북 김일성 주의자가 있다고 했다”며 “지금도 윤 의원이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회의가 진행되는 것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은 국정감사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둔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이 청문회 하는 자리인 것 같다. (윤 의원이) 별개로 (김 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은 “논란 여부를 떠나 사적 공간에서 발언한 게 분명하지 않냐”며 김 위원장을 옹호했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우리를 보고 친일 국방이라고 했다. 우리도 모욕감을 느끼지만, 정치적 공방이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아울러 위원회 차원의 고발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민주당을 더불어남로당이라고 평가했다”며 “정세균 전 총리가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과 어려울 때 돕는 게 진짜 동포라는 의미에서 북한에 남는 백신을 나눠주자고 했다. 근데 이 얘기를 ‘더불어남로당원들은’이라고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국민을 상대하는데 공직자가 진심이어야 하지 않나”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지금은 생각이 좀 다른 점이 있다. 백신 지원만 가지고 말씀드린 건 아니다”라면서도 “제 진심이 변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김 위원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누구보다 노조에 적대적인 김문수가 수식어처럼 따라다닌다”며 “쌍용차 노조는 자살특공대라는 막말도 했다.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김정은 기쁨조(라는 표현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노동계 분란을 만들어 불참을 유도하고 그 틈에 노동 개악을 강행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상당히 우려가 많다”며 민주노총 등을 상대로 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도 언급한 부분에 대한 사과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히자, 레드카드를 꺼내 김 위원장을 퇴장시켰다.
여야 의원 간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전 위원장은 “‘그런 측면이 있다’는 발언은 국회증언감정법에 의해 국회를 모욕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국정감사를 계속 진행하기보다는 국회를 모욕한 김 위원장에 대해 어떤 처분을 할지 결정하고 진행하는 게 맞다”며 감사를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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