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뭘 할 수 있을지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검토하게 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일각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치·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전술핵 재배치론과 관련해 “한미 조야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발언한 이후 여권 내에서는 대북 강경론이 분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자세를 보이며 공론화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는 분위기다.
● 정부 “모든 옵션 검토, 다만 후순위”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윤 대통령이 한미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에 주안점을 두면서 여러 옵션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현재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8월 17일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보다 상당히 엄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당시에는 윤 대통령이 일각의 핵 보유나 핵 균형 주장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낼 생각”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지만 지금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상황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특히 대북 강경책에 대한 논의가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11일 발언에는 평소 본인의 생각이 담겨 있다”며 “전략적으로 다목적 의도가 있다”라고 했다.
다만 NPT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 고위 당국자도 “한국이 미국과 협의할 때는 여러 장벽이 있고, 실질적으로 전술핵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에선 (전술핵 재배치는) 후순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VS “친일 발언 덮는 속셈”
이같은 기류를 감안한 듯 여당에서는 대북 강경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을 전제로 했지만 집권 여당 사령탑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여기에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핵에 대해 재래식 무기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 결국 우리 스스로도 핵 능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며 자체 핵무장론까지 거론했다.
정치권에선 안보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정 위원장이 먼저 총대를 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사전 교감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대해 “가능성이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반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라디오에서 “미국과 확장억제정책을 하면 미사일 투발수단을 꼭 한반도에 안 갖다 놓더라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정 비대위원장의 친일 논란 발언을 덮기 위한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본인의 실수를 다른 새로운 이슈 제기해 덮으려고 하는 정치적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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