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보(洑) 해체 결정을 내린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에서 분과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위원회 활동 석 달 전 낙동강 수계 보 평가에 대한 1억2000만원짜리 환경부 연구용역을 수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4대강 보 해체 결정권을 쥔 민간위원에게 보를 어떻게 평가할지 미리 연구용역을 맡기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보 해체 결정이 나도록 설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 해체를 위한 ‘셀프 연구용역’이었다는 것이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부산 연제구)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8년 8월 ‘낙동강 수계 보 평가체계 및 적용방안 마련 연구’라는 연구용역을 수의계약 형태로 ‘인제대 산학협력단’에 맡겼다. 연구책임자인 박재현 인제대 교수를 비롯해 대학교수(17명), 기업인(1명), 환경단체(1명) 인사 등 총 20명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기간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였다.
연구용역을 수행할 당시 박재현 교수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에서 수리수문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보 해체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기획위원회는 15명 가운데 8명을 민간위원으로 선임해 민간위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었다. 8명 중 7명은 4대강 반대론자로, 애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는 반 4대강 활동 이력이 있는 박재현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맡겼고, 박 교수는 낙동강 보를 어떻게 ‘평가’할지 방법론을 정하는 것이 목적인 연구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보 존폐 여부 결정까지 한 것이다.
박 교수 외에 연구원으로는 박현건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이광열 동서대 교수, 오준오 가톨릭관동대 교수 등 4대강 반대 목소리를 내오던 교수들 뿐 아니라 연간 수천만원의 보수를 받으며 수공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이준경 생명그물 대표(당시 강살리기네트워크 실장)도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환경부가 준 용역비 1억2000만원의 대부분은 인건비로 지출됐다. 환경부에 제출된 ‘용역사업 정산내역서’를 보면 1억2000만원 중 인건비가 8299만원이었다. 책임연구원인 박재현 교수가 570만원, 연구원은 19명에게 총 7436만원이 지급돼 인당 평균 391만원, 연구보조원은 292만원을 받았다.
이 의원은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환경부가 낙동강 보 분석에 대한 방법론을 만드는 단계부터 박재현 수공 사장을 이용한 점 등에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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