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새로 독자 대북제재 명단에 올린 15명의 인물들은 모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대상으로 제2자연과학원,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이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그리고 관련 물자의 대북 반입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제2자연과학원 인사들 중에선 강철학 심양(瀋陽) 대표와 김성훈 부대표, 변광철 대련(大連) 대표, 그리고 산하기관 성원 정영남이 정부의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제2자연과학원은 무기를 연구, 개발하는 우리의 국방과학연구소(ADD)격으로 1964년 설립됐다. 미사일 개발을 핵심으로 신형무기 연구, 개발과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 사업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립 당시엔 국방과학원으로 불렸지만 1970년 이후 제2자연과학원으로 명칭이 바뀌고 동시에 제2경제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들어갔다. 제2경제위원회는 북한의 군수경제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모든 군수제품의 계획, 생산 및 대외 무역을 관장한다.
국방과학원이 무기를 개발, 연구하면 이를 제2경제위원회가 생산하고 북한군이 사용하는 식이다. 이곳에서는 북한 유수의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대학, 룡성약전공업대학, 미림전자전대학 출신 등이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2자연과학원은 2000년대 들어 노동당 군수공업부 산하로 이동했고 2017년 다시 명칭을 국방과학원으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북한은 필요에 따라 두 명칭을 혼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봉무역총회사는 북한의 방위산업 및 구매, 수출을 맡고 있으며 화학무기 프로그램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17년 3월 화학무기와 관련해 연봉무역총회사와 연계된 북한 국적자 3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는데 당시 김정은 총비서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화학무기로 ‘암살’ 당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연봉무역총회사 소속 추가 제재대상자는 리덕진, 김만춘, 김성, 양대철, 김병찬, 김경학, 한권우, 김호규, 박동석, 박광훈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의 WMD 연구개발 및 물자 조달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 군수사업을 총괄하는 로케트공업부와 그 자회사로 알려진 합장강무역회사, 조선승리산무역회사, 운천무역회사, 로은산무역회사, 그리고 고려항공 계열사인 고려항공무역회사를 제재기관에 추가했다. 또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 등 안보리 제재를 위한해온 혐의로 북한 대외건설지도국 산하 건설회사 젠코(GENCO)도 제재 기관에 올렸다.
이외에도 국가해사감독국과 육해운성·원유공업국이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선박·광물·밀수 등에 관여한 혐의로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에 올랐고 화성선박회사와 구룡선박회사·금은산선박회사·해양산업무역·CK인터내셔널은 제재대상 선박을 운영한 혐의로 우리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됐다.
이들 대북제재 대상자와 외환거래 또는 금융거래를 하려면 금융위원회 및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엔 외환거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 금융거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는 2017년 12월 이후 5년 만이며 모두 미국 정부가 2016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개인·기관들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2010년 ‘5·24조치’와 이후 이어진 유엔의 각종 대북제재로 인해 남북한 간 거래가 없는 상황이란 점에서,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한 압박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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