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통일부 산하기관에서 수억원 상당의 부정수의계약을 맺는 등 수차례 용역 및 수의계약 문제에 대한 감사 지적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통일부로부터 받은 자체 감사 자료에 따르면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겨레말)는 지난 2020년 7월 제1회 유네스코·겨레말큰사전 국제학술포럼을 추진하기 위해 행사 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겨레말은 같은해 8월20일 입찰업체 A 등 6개 업체에 대한 기술평가를 실시하고 A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겨레말은 그해 9월24일 당초 입찰내용인 ‘파리 현지 오프라인’ 방식에서 ‘온라인 학술포럼 및 스튜디오 조성’ 방식으로 변경하며 업체의 예정가격 2억5500만원 보다 4500만원 많은 3억원으로 변경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통일부는 자체 감사에서 겨레말이 당초 입찰공고상 과업지시서와 전혀 다른 내용으로 협상을 실시한 뒤 계약을 한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전염병 상황으로 당초 계획한 파리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기 어렵다 판단되면 신속히 온라인 방식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이에 맞는 입찰공고를 실시함이 타당하다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통일부는 겨레말이 해당 A 계약업체에 대한 기술평가시 업체 신뢰도 평가 항목에서 관련 실적, 제안사의 재무건실도 및 대외인지도 등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 없이 담당자가 임의로 만점(10점)을 부여하는 등 평가의 신뢰도를 저해한 부분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방송 콘텐츠 제작 관련 용역과 관련해서도 부적정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겨레말은 2020년 3월6일 당초 ‘겨레말TV’를 정규프로그램 4개, 비정규프로그램 1개 등 총 5개 프로그램을 제작비 5000만원의 조달청 공개경쟁 입찰로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했으나, 6월25일 이를 변경해 7200만원으로 증액한 뒤 5개 업체로 분리해 임의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겨레말은 당초 계획한 5개 프로그램을 명칭만 일부 변경해 공개경쟁을 통하지 않았고, 용역대가는 특별한 사유도 없이 증액한 뒤 비교견적도 없이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수의계약 사유서도 첨부하지 않는 등 불투명한 분할과 발주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학술연구용역 계약 관련해서도 부적정 개선·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겨레말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올림말, 새어휘, 삽화자료 구축 등 사전 편찬사업 집필을 위해 해당 전문가 또는 기관들과 총 100건의 학술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중 97건에 대해 사업자등록증이나 고유번호증을 가지고 있지 않아 수의계약 주체가 될 수 없는 개인과 계약을 체결해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뿐만 아니라 연구용역 계약 과정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겨레말은 지난 2017년 흉내말 집필 및 초고빈도 용언 교열 교정 사업, 2018년부터 2019년에 걸친 겨레말큰사전 올림말 사업(형태 분석 정보 검토)을 추진하며 당시 사업회 편찬위원으로 소속되어 내부관계자에 속하는 조모씨를 상대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밖에도 통일부 산하 한반도통일미래센터도 통일부 감사에서 시설공사와 도급업자 계약 관련 부적정 경고 처분을 받았다. 센터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간 동안 직원숙소 비상계단 보완공사 등 총 5건에 대해 2개 업체와 1억748만원 상당 시설 보수공사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전문공사를 도급받으려는 자는 해당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으로 등록해야 하며, 발주자는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원 이상의 건설공사에 대해서는 그 공사내용에 맞는 전문건설업종의 면허를 등록·소지한 건설업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센터에서는 공사예정가격 1500만원 이상의 시설공사 5건에 대해 전문건설업종의 면허를 확인하지 않고 무면허 업체와 수의로 계약을 체결해 이를 위반했다.
태 의원은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사업회는 70년 분단으로 이질화된 우리 민족의 말과 글을 보존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통일부 산하기관으로, 그 어느 사업체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예산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부정 수의계약 등으로 통일 준비의 진정성이 퇴색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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