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죽음의 백조’ B-1B 4대가 괌에 전진 배치됐다. 북한이 연쇄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7차 핵실험까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괌에서 이륙하면 두 시간 안에 평양 상공에 도달 가능한 스텔스 폭격기가 전격 배치된 것.
미국이 B-1B를 배치시킨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 버튼 등을 누를 경우 최강 전략자산을 언제든 한반도 상공에 전개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중국의 20차 당대회가 마무리되는 23일 이후 핵실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北 ‘중대 도발’ 시 한반도 전격 전개
19일 항공기 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B-1B 2대는 사우스다코타주 엘즈워스 공군기지를 출발해 18일 오후 4시(한국 시간)에 괌 앤더슨기지에 도착했다. 24시간 후인 19일 오후 4시경 2대도 추가 합류했다. 미국은 이번 B-1B 전진 배치 과정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2017년 9월에도 B-1B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위협비행을 벌였지만 그 전개 과정 등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군 관계자는 “이번엔 의도적으로 항적을 노출해 북한에 오판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B-1B를 괌에 전진 배치한 것은 6월 4일 이후 4개월 만이다. 당시는 5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복구 공사를 마치고 핵실험 임박 징후가 포착됐을 때다.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인 B-1B는 스텔스 기능을 갖췄다. 음속의 1.2배 속도(시속 1530km)로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폭격기다. 현재 핵폭탄을 탑재하고 있진 않지만 대공포가 미치지 못하는 18km 상공에서 재래식 폭격만으로도 평양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2000파운드(약 900kg)급 합동정밀직격탄(JDAM) 24발과 500파운드(약 226kg)급 재래식 폭탄 84발, 공대지 정밀유도폭탄 20∼30발 등 최대 56t의 폭탄이 탑재 가능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력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B-1B를 전진 배치한 건 북한이 최근 기존 탄도미사일 발사는 물론 포사격 등까지 섞어 ‘복합 도발’에 나서는 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1B는 일단 이달 31일부터 닷새간 치러지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폭격기를 전개하려면 최소 72시간 전 한미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 소식통은 “폭격기 출격은 북한 도발 대응 중 최상위 옵션”이라면서 “미국도 B-1B를 한반도에 전개해 훈련에 참가하는 상황에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 대신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 발사에 나서는 등 도발 수위를 더 끌어올릴 경우 한반도 전개 가능성이 크다.
○ 美 국방부, 전략자산 상시 배치엔 부정적 기류
이런 가운데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 도발에 전방위 대응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방어를 위해 미 전략자산이 상시 배치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이미 2만8000명 이상의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 이는 국방 및 안보 협력에 대한 한국 국민과 우리의 약속의 신호”라고만 했다. 최근 국내에서 거론되는 핵탄두 탑재 미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 등에선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
다만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한국과 핵 공유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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