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20일 국감장 곳곳에서는 전날(19일) 진행된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졌다.
애초 압수수색에 반발해 국감 중단을 선언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국감 참여를 결정했지만, 국감장 곳곳에서 파행이 이어졌다.
대검찰청 국감이 예정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며 회의를 보이콧해 오전에 개의조차 못 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야당이 내건 ‘야당 탄압 규탄한다’는 내용의 피켓과 전날(19일) 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처리한 것을 두고도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백경란 질변관리청장의 주식거래 내역을 비롯한 자료제출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였다.
◇ 법사위, 野 “尹 대통령 사과해야” 與 “정상적 압수수색”
이날 대검찰청 감사가 예정된 법사위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개의하지 못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에 앞서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중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대국민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의 즉각 사퇴 △송경호 서울지검장, 고영곤 중앙지검4차장, 강백신 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에 대한 즉각 문책 등을 요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감 보이콧을 시사했다.
야당 간사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일개 피감기관인 검찰이 국감을 하루 앞둔 날 민주화 이후 사상 초유의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려 한다”며 “완벽한 정당 유린이자, 민주주의 방해행위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 공화국의 민낯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향후 국정감사 중단 등 국회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과 정치검찰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기획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의 노골적인 국회 탄압, 야당 탄압 처사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오늘 정상적인 국감은 없다”며 오전에 국감장에 들어서지 않았다.
여당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들을 1시간여 동안 기다렸지만, 야당 의원들이 돌아오지 않자 자리를 떠났다.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국감장을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님들께서 국감을 거부하고 국감장에 입실하지 않았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기동민 간사님께 국감 참여를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 불참 시 여당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국감은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국감이다”며 “민주당도 자신의 정부 5년 동안 검찰이 제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평가하는 기회다. 민주당도 국감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수사팀 문책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검찰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조건을 보면 (국감을) 안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며 “법원에서 적법하게 받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중단하라는 걸 국민의힘은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농해수위, ‘야당탄압 규탄’ 피켓·양곡법 단독처리 두고 여야 공방
농해수위 역시 검찰 압수수색에 여파로 인해 회의가 15분 만에 정회하는 등 파행했다.
이날 민주당은 ‘야당 탄압 규탄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구호는 지양하고 정책 국감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며 피켓 제거를 요청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역시 “검찰에 가서 항의하고 하는 거지 국감장에서 (피켓을) 붙이는 건 맞지 않는다. 의사표시가 됐으니 떼고 시작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저도 정당(생활)을 30년 이상 해왔는데 정당을 침탈하고 압수수색한 경우는 없었다”며 “우리 항의는 야당으로서 드리는 항의”라고 반발했다.
전날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을 두고도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은 “어제 대단한 모욕감을 받았다. 양곡관리법을 대표 발의한 사람인데 이걸 공산화법이라고 한다. 그러면 저보고 ‘공산주의자’란 말인가”라며 야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또 “농민들의 피폐한 삶의 현장을 보면서 양곡관리법을 대표 발의했는데 (이재명) 당 대표를 비호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렇다면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 들어오고 하는 것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덮기 위한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도 “쌀값이란 이재명 (대표가) 무슨 상관이 있나”며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농해수위가 대화와 타협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피켓 시위와 양곡관리법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여야 간사 논의를 위해 농해수위는 개의 15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회의는 약 10분 후인 10시56분부터 야당 의원들이 피켓을 제거한 이후 속개됐다.
◇ 복지위, 자료 미제출‘ 백경란 질타 한목소리
보건복지위에서는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진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주식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야의 질타가 이어졌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 첫날(5일) 의사 진행 첫 발언으로 백경란 청장 주식거래내역 자료제출을 요구했는데 3주 지난 오늘 국감 마지막 날까지 거부되고 있다”면서 “그사이 (주식 관련) 의혹은 해소되기는커녕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쯤 되면 질병청장이 아니라 주식관리청장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도 “백 청장은 그동안 자신의 주식 보유 의혹에 대해서 해명 자료를 계속 내고 있는데 그 해명 자료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오전 내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야당은 질병청이 감사원에 공직자 2만여 명의 코로나19 확진 이력 자료를 제출한 것도 문제 삼았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질병청이 코로나19 확진 이력과 코로나 백신 접종 이력에 대한 (감사원의) 두 차례 감사 자료 요청에 2만5000매가량의 자료를 통째로 제공한 바 있다”며 “지금까지 보면 질병청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수많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위한 백신 접종 관련 개인정보를 단 한 번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당도 야당과 한목소리를 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백 청장을 향해 “자료제출 하라”며 “뭐가 그렇게 떳떳하지 않냐”고 쓴소리를 냈다.
또 보건복지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해 “(야당에서) 툭하면 ’윤석열 정부 이런 예산은 있으면서, 이런 예산은 깎았다‘고 하는데 왜 우리 정부가 자꾸 깎고 있냐. 늘려달라”며 “노인 일자리 문제도 그렇고, 어린이집 문제도 그렇고 왜 그렇게 홍보가 부족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에 인색하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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