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대응 차원에서 군이 4일 밤 강원 강릉 모 공군기지에서 쏜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발사 10여 초 만에 추진체의 노즐 구동장치가 작동 불능이 되면서 발사 방향(동해상)과 정반대로 비행하다가 30여 초 만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날로 고도화하는데 대북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 핵심 무기의 주요 부품에서 오작동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동종 미사일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재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발사 10여 초 만에 노즐 구동장치 작동 불능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현무-2C는 발사 직후 10여 초 만에 추진체 노즐의 구동장치가 오른쪽으로 확 치우치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미사일의 방향 전환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 작동 불능 상황에 빠진 것. 이 때문에 미사일 동체가 좌측으로 급격히 꺾이면서 발사 방향(동해상)과 정반대로 비행하다가 발사 30여 초 만에 영내 골프장에 낙탄했다.
군은 이 같은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수거된 미사일 잔해를 완전 분해 수준으로 해체해 노즐 구동장치의 오작동 원인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낙탄 사고가 난 현무-2C는 발사 직전까지 두세 차례의 사전 점검에선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 점검에선 가려낼 수 없는 핵심 장비·부품의 중대 결함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탄도미사일이 발사 10여 초 만에 노즐 구동장치가 고장 나 정반대로 날아가는 것은 드문 사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단순 오작동이나 오류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대북 킬체인 전력 중 가장 최신형이고 사거리(800∼1000km)도 가장 긴 현무-2C는 발사 직전 표적 좌표를 입력하면 모든 비행 상황이 컴퓨터로 자동 제어된다.
그래서 일각에선 항법장비와 유도조종부의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또 발사 직후 비행 데이터를 항법시스템에 제공하는 각종 센서 장비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발사 직후 미사일의 방향 전환은 센서와 컴퓨터(항법장비 등), 노즐 구동장치가 모두 연동돼서 이뤄지는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정상적으로 비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원인이 개입될 수 있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대북 킬체인 전력 운용·관리 난맥상 드러내
군 안팎에선 현무-2C 낙탄 사고가 대북 킬체인 전력의 운용·관리에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군이 북한 핵위협에 대응할 미사일의 개발·보유에만 치우친 나머지 유사시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될 수 있는 즉응적 전투태세를 갖추는 데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전술핵을 장착할 수 있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수시로 발사해 대남 핵공격 위협을 실증하는 북한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북한은 올 들어 30차례 가까이 총 40발이 넘는 탄도·순항미사일을 쏴 성능을 과시하고, 대남 무력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우리 군은 현무-2C의 경우 낙탄 사고가 난 것을 포함해 올 들어 3차례 쐈을 뿐이다. 또 낙탄 사고 2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우리 군이 발사한 에이태큼스(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 사격에서 추적 신호가 끊긴 것은 2번째로 쏜 미사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 소식통은 “예산 문제로 고가 마사일의 실사격 기회가 드물어 유사시 완벽한 작전과 성능 보장에 대한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대북 무력시위로 쏜 킬체인 주요 전력이 낙탄하거나 소실돼 안보 공백과 국민적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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