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장기 정체 상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0월 11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0월 2주 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그래프 참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4주 연속 20%대다.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김문수 임명, 인사 리스크 재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진 때는 7월 말이다. 한국갤럽의 7월 4주 차 조사에서 28%를 기록했다. 당시 지지율 하락의 첫 번째 원인으로 인사(21%)가 꼽혔다. 윤 대통령은 인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를 사퇴시켰고, 행정관급을 중심으로 대통령실 부분 개편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장에서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지지율은 반등하지 않았다.
인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임명해 논란이다. 윤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노동 현장에서 뛴 분이라 진영과 무관하게 많은 노동운동가와 네트워크가 있고 노동 현장을 잘 안다”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태극기집회 단골 연사였고 함께 극우 성향의 자유통일당을 창당해 대표로도 활동했다. 과거 노동운동을 했다지만 이후 극우 행보를 밟은 인물이다. 중도층 유권자가 “노동운동 경력만 보고 임명했다”는 설명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최근 김건희 여사 논란은 잦아들었다. 방미(訪美) 일정 당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김건희 특별법’을 발의하며 공세를 펼치던 더불어민주당(민주당)도 쉬어가는 분위기다. 과연 ‘여사 리스크’는 해소됐을까. 민주당이 공세를 멈춘 이유는 사안을 길게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김 여사가 8월 31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가출청소년과 노숙인의 쉼터 ‘안나의 집’을 예고 없이 찾아 설거지 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경호원 1명과 대통령실 소속 담당 직원 1명이 함께했는데 대통령실에서 “우리도 몰랐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모를 리도 없고 몰라서도 안 되는데 고의로 미담을 제조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여사 논란은 간헐적 미담 공개로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국민 대다수는 ‘김 여사가 혹시 비선라인을 가동해 국정과 이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2부속실을 만들어 배우자에 대한 공적 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안은 정체 중이다.
북한 도발에도 지지율 정체
당사(黨事) 리스크 역시 그대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기세를 올리는 분위기지만 당 밖 기류는 다르다. 한국갤럽의 10월 2주 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2%로 직전 조사 대비 1%p 하락했다. 정당 지지율이 6%p 상승한 민주당과 대조된다. 이로써 두 정당의 지지율은 뒤집어졌다. 격차도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국민은 여권의 당사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 여권에 크게 세 가지를 바란다. 첫째, 윤 대통령이 당 장악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둘째, 윤핵관 역시 계파정치 유혹을 떨쳐내는 것이다. 셋째, 비윤석열계와 친윤석열계가 협력하는 것이다. 보수 지지층 역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친박근혜계 위주의 공천이 이뤄지면서 당내 갈등이 고조됐던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다. 윤핵관의 전략 수정이 필요한 이유다.
앞선 한국갤럽의 7월 4주 차 조사에서 국민은 인사 외에도 경험·자질 부족·무능함(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8%),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6%) 등을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로 꼽았다. 이들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점도 지지율 정체의 원인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매주 비상경제민생회의까지 직접 주재하며 민생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갤럽 10월 2주 차 조사에서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은 6%로 나타났다. 윤석열표 민생대책이 체감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존 민생대책을 재탕하고 있거나 오히려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여기는 국민이 많은 듯하다.
‘북한 도발’이라는 변수도 급부상하고 있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기 마련이지만 지지율 반등은 관측되지 않는다. 대북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도한 안보 위기 부풀리기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정체가 서서히 중병으로 굳어가는 분위기다. 지금처럼 대증요법을 남발하면 증상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답은 오직 ‘근치(根治)’다. 근본적 치유에 집중하는 길뿐이다. 국민 시각을 고려한다면 무엇보다 2기 내각 조기 개각 단행과 대통령실 고위직 전면교체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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