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탁현민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최측근이 설립한 행사업체 ‘노바운더리’가 문재인 전 대통령 순방 행사를 수의계약하면서 비교견적서를 ‘셀프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비교견적서는 발주처인 정부가 알아봐야할 것인데도 용역업체인 노바운더리가 자신과 경쟁할 업체의 견적서를 스스로 가져다준 황당한 주객전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23일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노바운더리는 문 전 대통령의 태국 순방 당시인 2019년 9월 2일 방콕 센트럴월드에서 열린 ‘브랜드K 글로벌 론칭쇼’ 행사 진행을 수의계약 형태로 2억 1659만 원에 맡았다. 한국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개척하자는 취지로 개최한 행사로,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유명 가수들이 공연을 펼쳤다.
당시 국가계약법상 정부가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으려면 2인 이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야했다.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타 업체와의 비교견적서를 통해 수의계약의 적정성을 따져보라는 취지다. 하지만 김 의원실에 따르면 노바운더리는 행사를 수주하며 발주처인 주태국한국문화원에 자신과 경쟁할 업체의 비교계약서를 스스로 조달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최근 김 의원실에 “문화원에서 노바운더리 측에 비교견적서를 준비해달라고 했다”며 “태국에서는 한국 업체의 상황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바운더리가 사실상 행사를 수주한 상황에서 법령에 맞추기 위해 ‘셀프’로 비교견적서를 조달한 정황은 비교견적서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A사 명의의 주태국한국문화원 행사 비교견적서 견적일은 2019년 8월 16일. 하지만 노바운더리가 제출한 용역 결과보고서에는 8월 첫째 주부터 공연장을 답사하고 실측한 것으로 나와 있다. A사가 견적을 낼 당시 노바운더리는 이미 공연자 섭외와 계약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A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교견적서를 해주는 것은 시간이 촉박한 행사를 맡은 업체끼리 관행적으로 해줘왔던 것”이라면서도 “노바운더리에게 비교견적서를 해줬는지는 3년이 더 지나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바운더리는 문 전 대통령의 노르웨이 순방 당시인 2019년 6월 11일 북유럽 첫 K팝 콘서트 행사를 수주하며 법에 정해진 비교계약서 없이 주노르웨이 한국대사관과 5억4300만 원짜리 수의계약을 맺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서 물러나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탁 전 비서관이 노르웨이 현지에 동행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발주처가 용역업체에게 비교견적서를 알아서 내라고 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주객전도”라며 “당시 실세인 탁 전 비서관의 최측근이 운영하는 업체라 정부기관인 주태국한국문화원이 알아서 엎드린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의계약 시 비교견적서 받는 것을 의무화한 국가계약법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7월 ‘보안상 필요’ ‘비밀리 진행‘ 등의 사유가 있을 땐 비교견적서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시행령이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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