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갑도에 북한군이 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물이 보이고 있다. 2022.10.21/뉴스1 ⓒ News1
북한이 중국 공산당 대회가 끝난 이튿날인 24일 곧바로 군사적 도발을 재개했다. 상선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이어 방사포 도발까지 단행하면서 다시 ‘9·19군사합의’를 파기하는 행동까지 취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42분쯤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 지점에서 북한 상선(무포호) 1척이 NLL을 침범했다. 합참은 우리 군이 경고통신 및 경고사격을 실시해 북한 상선을 퇴거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러나 남한 해군이 먼저 ‘서해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방사포 10발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서해상에서의 상황이 끝난 뒤 ‘발표’를 통해 “오늘 새벽 3시50분경 남조선(남한) 괴뢰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하여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적정이 제기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에 방사포탄 10발을 발사하는 ‘위협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으나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를 사격한 ‘9·19합의’ 위반으로, 최근 11일새 발생한 9번째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중국의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남북 간 군사 긴장이 다시 고조된 것이다.
북한은 이날 자신들의 군사 행동에 대해 남측에 책임을 전가했지만 ‘의도성’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상선이 군의 사전 승인 없이 새벽에 NLL을 침범하는 일은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에 북한의 방사포 대응까지 1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점엔 다분히 계산이 담겨 있으며, 북측에서 상선을 이용해 우리 측의 군사대응 태세를 떠보려는 의도성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서해 일대에서 꽃게잡이철에 돌입하며 서해 어장을 넓게 확보하기 위한 북한의 ‘의도’가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대북 전문가들은 특히 남북 간 해묵은 갈등 사안이 해상에서의 분계선 설정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이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우리 군은 이날 북한의 상선이 NLL을 ‘침범’한 것으로 판단했는데, 북한은 우리 해군이 NLL보다 이남에 있는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NLL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 상선의 NLL 침범과 북한군의 방사포 사격은 ‘서해 해상불가침 경계선’에 대한 남북한의 합의 부재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은 ‘전술핵무기’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배경으로 향후 그들에게 불리하게 그어진 NLL을 무력화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도 “서해 해상경계선을 둘러싼 논쟁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해상 육상, 공중에서의 상호 간 군사적 맞대응이 9·19군사합의 이행의 강조인지, 파기의 수순인지 불분명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그간 경과를 볼때 서해상 충돌은 우발적 상황 하에서 전개되어 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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