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27일 “현 정부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관련 사실들을 자의적·선택적으로 짜맞추면서 사건을 왜곡·재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전 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현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안보 관련 문제를 북풍 사건화하면서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들은 “우선 서해에서 사망한 공무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 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제기된 의혹들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2020년 9월22일 처음 실종자가 북측 수역에서 발견됐던 당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었고 북측에서 구조됐던 정황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종자 위치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고 물리적으로 NLL을 넘어 북측 수역에 진입할 수 없는 이상 즉각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고도 설명했다.
과거 전례 상 북한은 실종자를 억류하거나 송환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당시 안보실은 북한 동향을 살펴보면서 서해상에서 수색 작전 중인 해수부와 해경에도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SI(특수 정보) 첩보를 통해 실종자가 북측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제시되자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들은 “은폐를 시도했다면 관계장관들과 보좌진까지 7~8명에 이르는 인원이 심야에 청와대에 모여 회의할 이유가 없다”며 “생산·분석·검증·판단에 이르기까지 첩보의 정보화 과정에 관여하는 인원만 해도 다수인 상황에서 은폐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회의 당시 사건 규명을 위한 추가 첩보를 확인할 것을 의논했는데 그 회의에서 은폐를 위해 첩보 삭제를 지시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회의 이후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면 국방부는 과연 어떤 자료를 분석해 다음날(9월24일) 분석보고를 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SI 첩보에 대해 ‘삭제’가 아닌 ‘열람권 제한’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민감 출처 첩보에 대한 엄정한 정보관리 절차의 이행을 은폐 기도로 둔갑시키는 것은 악의적 주장일 뿐”이라며 “보안유지 노력을 두고 은폐로 몰아가는 것은 안보와 군사에 관한 기본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월북몰이’ 역시 “월북한 민간인까지 사살한 행위는 북한의 잔혹성과 비합리성만 부각시킬 뿐이다. 이것이 북한의 입지나 남북관계에 과연 어떠한 이익이 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또 “실종 공무원이 SI 첩보상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 자체를 감추거나 배제한다면 이것이 오히려 조작이지 첩보내용을 있는 그대로 판단에 포함하는 것을 어떻게 조작으로 몰고 갈 수 있는가”라며 “월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현 정부는 다른 실종원인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판단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전 원장은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긴박하고 제한된 여건과 상황 속에서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근거 없이 월북으로 몰아간 적도, 그럴 이유도 실익도 없다. 자료삭제 지시도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명예를 놓고 근거 없는 조작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노 전 실장은 “청와대는 정보를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라 생산된 정보와 첩보를 보고받는 곳”이라며 “청와대가 정보나 첩보를 생산 기관에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제가 아는 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제가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지만 설사 지시했다 해도 국정원 직원들은 이러한 지시를 따를 만큼 타락한 바보들이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된 국정원 지우려는 시도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서는 “북한지역에서 선장을 비롯해 16명을 집단 살해하고 도주하다 NLL을 넘어와서 우리 해군에 나포된 자들”이라며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권한과 책임”이라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들은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자료는 남아 있으며 현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며 “이미 SI를 포함한 민감정보 상당수가 공개된 만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국민적 의혹 해소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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