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전쟁을 끝낸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본격화 되면서 야당은 대정부 투쟁을, 여당은 대야 공격에 시동을 걸었다.
양측의 갈등이 신구 권력 충돌로까지 확대되면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 처리는 물론 주요 민생 법안은 벌써부터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다음달 4일 예산안 공청회에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한 가운데 여야 관계는 더욱 경색되면서 국회가 장기 공전할 조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된 상황을 고리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더 높였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장동 돈은 검은 돈”이라며 “이 대표의 대장동 비리 의혹은 단군 이래 규모 면에서 최대이고, 내용 면에서도 최악인 권력형 부정부패 스캔들”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대장동 일당의 검은 돈이 민주당 경선 자금, 대선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심을 씻지 못하는 한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대표기관임을 포기한 민주당의 생떼쓰기, 방귀낀 놈이 성낸다는 내로남불, 적반하장의 전형을 계속 보여주실건가”라고 비판했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이 대표는 김용 부원장의 결백을 믿는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는데 돈을 받은 범인이 밝혀지면 그 장물을 나눈 진짜 도둑이 밝혀질까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니냐”며 “이제 부동산 투기세력에 뿌리를 뽑고 대장동 도둑과의 결별을 고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수사에 직격탄을 맞은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불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여 투쟁에 나선 모습이다. 사정 정국에 맞서 현 정부의 실정과 야당 탄압 프레임을 부각하고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사정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기조도 내세웠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 야당 탄압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수사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특검에 맡기고 정부여당은 민생 경제를 제대로 챙기는 본연의 업무에 매진하라”고 촉구했다.
친이재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도 이 대표의 각종 의혹을 일축하며 “오랫동안 제가 지켜보고 관계를 맺어왔지만 불법 정치 자금, 어디 가서 공짜로 받아먹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여당이나 대통령실에선 말로만 협치를 얘기하지, 구체적인 어떤 행동이나 노력도 없다”고 질타했다.
여기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전임 정부 안보라인도 윤석열 정부를 겨냥하며 사실상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자료를 부인하며 “현 정부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관련 사실들을 자의적·선택적으로 짜 맞추면서 사건을 왜곡·재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부터 여야의 충돌은 불가피해보인다. 검찰의 압수 수색과 국정연설 불참 문제 등으로 이미 여러차례 충돌한 만큼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에 전운이 더욱더 짙어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민생·복지 예산을 삭감한 정부 예산을 ‘비정한 예산안’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다. 특히 정부가 약속한 세재개편안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는 저지하고, 지역화폐·노인 일자리 등 문재인 정부 사업 예산을 되살리겠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제부터 국회가 본격적인 입법과 예산의 시간을 맞는다”며 “1조원에 달하는 대통령실 이전 등 국민 혈세 낭비 사업과 위법한 시행령에 연계된 사업들을 철저히 찾아내 삭감하겠다”며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 1당인 민주당의 역할은 앞장서서 정부여당의 실정과 무대책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방치한 민생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우리가 꼼꼼하게 챙겨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도 ‘방어’ 모드로 진열 재정비에 들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올해는 예산이 12월2일 통과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연말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철저히 준비해서 논리에 밀리지 않고 생떼에도 밀리지 않도록 준비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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