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 당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 논란과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 뒷말을 낳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 회의 땐 ‘내년 3월 차기 회의 기간 신장 지역 내 인권침해 문제를 논의하자’는 내용의 결정안 표결에서 미국 등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으나, 31일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가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할 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앞서 유엔인권이사회의 신장 위구르 관련 결정안 표결에서 찬성 의사를 밝혔을 땐 △신장 지역 인권상황과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 그리고 △유엔의 권능에 대한 존중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비록 해당 안건이 반대 다수로 부결되긴 했으나, 당시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보편적 가치·규범을 중시하는 국정기조에 바탕을 두고 국제사회의 인권 논의에 적극 참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던 상황이다.
그간 중국 당국은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무슬림계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해왔다. 이 때문에 앞서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표방해왔던 문재인 정부 시기 우리 외교당국은 신장 위구르를 포함한 중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 유엔인권이사회 표결을 통해 우리 정부도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함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정부의 관련 대응 방향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총회의 관련 성명엔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입장이 다시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이 성명엔 미국을 비롯해 일본·영국·프랑스·호주·이스라엘 등 50개 유엔 회원국이 서명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들 50개국에 대해 “대부분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며 “이럴 때 우리가 (찬성 표결에서) 빠지면 북한 외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향후 우리 정부가 다시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상황을 논하는 데 동참하는 상황이 올 경우 “중국이 우리만 특정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이번 유엔총회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건 앞서 유엔인권이사회 표결 이후 중국 측이 “유감”을 표명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최근 확정된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국익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국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권을 중시하는 정부라면 그 가치를 수호하는 게 향후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특정 관계에 따른 국익 추구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지난달 31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된 북한인권결의안엔 4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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