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일 속초와 고성 등 동해안 북단 접경지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특히 이날 북한의 도발로 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이 폐쇄되는 등 생업에도 영향을 미치자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 후 약 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1시쯤 강원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속초지역 실향민 거주지로 알려진 해당 마을에는 평일임을 감안해도 휑한 모습이었다.
미사일이 동해 공해상으로 떨어진데다 울릉지역에 공습경보가 내려진 탓에 속초지역 주민들은 북한 도발에 대한 큰 체감을 하진 못했지만, 최근 북한 도발이 이어지는 등 긴장관계가 지속되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한 상인은 “아바이마을은 아직 고령의 실향민이 거주하고 있고 식당 등 상권도 대부분 실향민 2~3세대가 운영하는 곳이라 안보 이슈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긴장관계가 완화돼 아바이마을과 속초에 관광객이 안심하고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바이마을을 찾은 관광객 김유진씨(30·서울)는 “최근 속초가 서울과 가까워져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오고 있다”면서도 “저기 보이는 속초앞바다에서 불과 50여㎞ 떨어진 곳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니, 북한과 가깝고 아직 휴전국이라는 것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속초시민 유병건씨(37)도 “지역 특성상 대부분 관광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소식을 들을 때 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영래 속초시번영회장은 “속초는 최근 동서고속철도 착공으로 관광도시를 너머 경제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안보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시민들과 상권은 상당히 불안할 뿐”이라며 “북한은 당장 도발을 멈추고 정부 역시 접경지 주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과 긴장관계 해소를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해안 최북단’ 강원 고성군 현내면 일대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날 고성지역은 동해안 최북단 어장인 저도어장 조업이 오전 10시를 기해 폐쇄되면서 대부분 어업 관련 종사자인 주민들의 생업에도 차질을 밎고 있다.
한명철 고성군 현내면 번영회장은 “오전 미사일 도발 이후 어민들이 조업을 하다가 피난을 나오는 등 지역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며 “한두번도 아니고 최근 계속 이러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경지를 고향으로 둔 것을 원망할 수도 없고, 정부가 접경지 주민들을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내면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명파리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쁘다.
이곳은 남북관계가 호시절이었을 당시 평화의 길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면 도발의 공포와 동시에 생계에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해당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은 모두 300여명으로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거나 통일전망대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 상점을 운영하고 민간인통제선 일대에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10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 이날도 고성 통일전망대 운영이 중단되고 저도어장이 막히면서 주민들이 생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종복 고성 현내면 명파리 이장은 “다른 도발과 달리 이번에는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미사일이 떨어져 어장이 폐쇄돼 생계에 타격이 크고 주민들로 깜짝 놀란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해경은 이날 오전 9시 12분쯤 어선안전조업국을 통해 저도어장에서 조업 중인 우리 어선 71척에 대해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오전 10시 해당 어장에서 조업하던 고성지역 어항 소속 우리 어선 71척이 모두 철수했다.
저도어장은 1972년 4월 최초 개방 이후 매년 4월 초~12월 말 고성지역 어업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올해 경우 지난 4월 6일 오전 6시를 기해 개방, 다음달까지 조업할 예정이었다.
고성 현내면 저진리 어로한계선 북측 구역에 위치한 저도어장은 14.6㎢ 규모로 북방한계선(NLL)과 불과 1.8㎞ 가량 떨어져 있다.
저도어장은 1972년 4월 최초 개방 이후 매년 4월 초~12월 말 고성지역 어업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이종복 이장은 “정권 교체시기 등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주민들은 혹시 북의 도발이 있을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긴장이 완화돼 접경지 주민들이 무탈하게 지낼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동·서해상으로 북한이 SRBM을 포함해 10발 이상 다종의 미사일을 발사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가운데 이날 오전 8시51분쯤 북한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3발 중 1발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떨어졌다고 합참이 전했다. 강원도 속초로부터 동쪽으로 57㎞, 동해 울릉도로부턴 서북쪽으로 167㎞ 거리 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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