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울릉도 겨냥 SRBM 발사… 尹 “실질적인 영토 침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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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NLL 이남 탄도미사일 도발]
30초~1분 더 비행땐 울릉도 직격
동서해로 미사일 25발 ‘하루 최다’
北 “끔찍한 대가” 도발 계속할듯

국방부 제공

북한이 2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한국 영해 인근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대남 핵타격 계획의 실증 차원이자 핵무력을 뒷배 삼아 ‘강 대 강’ 대치를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5년 만에 재개된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빌미로 동·서해로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고, 100여 발의 포격까지 한 것은 핵을 무기 삼아 고강도 무력 도발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 SRBM으로 울릉도, 지대공으로 ‘비질런트 스톰’ 겨냥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51분부터 10시간여 동안 4차례에 걸쳐 강원 원산과 평안북도 정주, 황해남도 과일 등 10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지대공미사일 등 역대 최대치인 25발가량의 미사일을 동·서해로 쐈다. 모든 미사일은 20km 안팎의 낮은 고도로 비행했다. 유사시 한미 요격망의 회피 의도로 군은 보고 있다. 강원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로 100여 발의 포 사격도 실시했다. 군은 “명백한 9·19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처럼 단시간에 미사일 소나기 도발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실질적 해상분계선인 NLL을 넘어서 우리 영토를 겨냥한 미사일 도발은 전례가 없다. 군에 따르면 NLL 이남의 미사일 낙탄 지점에서 속초와 울릉도는 각각 57km, 167km가량 떨어져 있다. SRBM의 최대 속도(음속의 5배·시속 약 6120km)를 고려할 때 울릉도나 속초를 정조준했다면 낙하지점에서 30초∼1분가량만 더 날아가도 직접 타격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강릉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배치돼 있지만 북한 미사일은 공해상으로 날아가 요격 범위를 벗어났다고 군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지대공미사일을 다수 쏜 것은 비질런트 스톰을 정조준한 무력시위”라고 했다. 군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이뤄낸 핵과 미사일의 질적·양적 고도화의 자신감을 표출하고, 한미에 북한의 핵을 더는 막을 수 없다는 경고장을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대표적 미 전략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CVN-76)이 북한의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회항까지 하면서 연합훈련에 거듭 참가한 데 이어 F-35 스텔스전투기 등 240여 대의 한미 군용기가 동원된 비질런트 스톰 훈련과 미 핵추진잠수함까지 전개된 시점을 ‘도발 타이밍’으로 잡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군 소식통은 “핵을 장착한 다종의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만큼 한미의 재래식 첨단 전력을 더는 겁내지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 核 앞세워 ‘강 대 강’ 벼랑 끝 도발 몰아칠 듯
북한은 핵을 앞세워 더 대담하고 위험한 도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 도발 당일(2일) 0시를 기해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서가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로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고, 미국과 남조선은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핵무력을 대남 도발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나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아군을 향해 미사일·포격 도발 등 고강도 국지도발을 시도한 뒤 우리 군이 맞대응을 하면 이를 트집 잡아 핵실험을 하거나 핵 초토화 협박 등 벼랑 끝 전술에 나설 개연성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일각에선 대북 핵군축 협상 얘기가 흘러나오는 점을 북한도 주목할 것”이라며 “이번 도발은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핵군축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北도발 1시간여만에 전투기 출격
초정밀 타격 미사일-폭탄 3발 발사
“국가 애도기간 도발에 깊은 분노”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북한의 사상 첫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미사일 도발 직후 우리 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공대지미사일을 NLL 이북 북한 영해 인근으로 쏘는 무력시위에 나섰다. 우리 군이 NLL 이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군은 2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NLL 이남 공해상에 낙탄한 지 1시간 뒤인 오전 10시 10분경 F-15K와 KF-16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이어 오전 11시 10분∼낮 12시 21분경 전투기에서 슬램이아르(SLAM-ER·최대 사거리 280km) 공대지미사일과 스파이스-2000(최대 사거리 80km) 공대지 정밀유도폭탄 등 3발을 NLL 이북 해상으로 발사했다.

이 무기들은 반경 수 m 이내로 표적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교전규칙의 비례성 원칙에 따라 북한 미사일의 NLL 이남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 해상의 북한 해역에 정밀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의 NSC 주재는 취임 후 2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승겸 합참의장으로부터 도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또 “군은 만반의 태세를 유지하고 향후 북한의 추가적인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국가애도기간 중에 자행된 북한의 도발 행위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핵을 앞세워 수시로 벼랑 끝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8일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가정보원의 관측에 대해 “북한은 하시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어느 특정 기간에만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을 세우지 않고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울릉도#srbm 발사#영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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