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말 이후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연이어 쏴 올린데다, 동·서해 북방한계선(NLL)과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까지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우리 측을 상대로 국지도발을 벌이거나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4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ICBM 1발을 포착했다. 북한은 이후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이날 쏜 ICBM의 비행거리는 약 760㎞, 정점고도는 약 1920㎞이며, 최고속도는 마하15(약 초속 5.1㎞) 수준으로 탐지됐다. 제원상으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유사하지만 군 당국은 북한의 신형 ICBM ‘화성-17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과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빈도와 비행거리를 늘리며 긴장을 조성한 뒤 핵실험을 실시하며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북한은 이번에도 연이은 중·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날 ICBM까지 쏘며 도발의 강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관계 당국은 북한의 제7차 핵실험 또한 임박했단 판단에서 북한 측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이미 지난 5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일(현지시간 8일) 이전에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단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이날 ICBM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되는 점 또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재발사를 시도하거나 핵실험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최근 도발 행태를 보면 남은 건 핵실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며 “우리 군은 북한의 핵실험 시기를 특정해 예상하진 않지만 가능성 자체는 상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반도 안보상황이 불안해졌을 때 북한이 대남 압박 차원에서 ‘성동격서’식 전술을 자주 사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핵실험이 아닌 전술적 도발을 선택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ICBM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핵 투발수단으로서 핵실험과 ‘세트’로 인식되는 점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올 들어 북한은 우리 측을 향해서도 ‘전술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9월 말 이후론 동·서해상 ‘해상 완충구역’에 연이어 포탄을 떨어트리며 ‘9·19합의’를 위반했고, 전날엔 NLL을 넘어 우리 영해 인근 수역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도 북한의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전군 경계태세를 ‘2급’으로 올렸다. 전군 경계태세 ‘2급’은 적의 도발 징후가 식별되거나 위기상황이 예상되는 경우 발령된다. 전방 부대에선 이날도 북한의 전술적 도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대북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술적 도발’이란 재래식 무기를 활용한 도발로서 제1·2차 연평해전(1996년 6월 및 2002년 6월)과 북한군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2002년 7월), 목함 지뢰 도발(2015년 8월)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핵실험이나 전술적 도발을 자행하지 않더라도 남북 간 긴장관계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에 우리 정부와 군도 ‘강 대 강’으로 받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군은 당초 4일까지로 예정됐던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또 우리 시간으로 이날 오후 늦게 미 워싱턴DC에선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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