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의 면전에서 이같이 따져 물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경찰 업무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도 격앙된 어조로 경찰을 강도 높게 질책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112 신고가 있었는데도 경찰의 현장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물었다. 그는 “초저녁부터 (오후) 5시 40~50분부터 사람들이 점점 모이고 (오후) 6시 34분에 첫 112신고가 들어올 정도가 되면 아비규환의 상황이 아니었겠나”라면서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라고 말했다.
밀집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필수적이었던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 도로의 차량통제를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어디 구석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주(主)도로 바로 옆에 있는 인도에서 벌어진 사고”라면서 “그걸(차량통제) 왜 안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시스템만 어느 정도 작동을 해도 이런 참사는 안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 있던 경찰 137명이 못 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서울경찰청이나 용산서에서 경찰관들이 추가로 오지 않아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은 경찰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상황에 대한 관리가 안 돼 대규모 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것은 경찰 소관”이라면서 “이걸 자꾸 (지방자치단체 책임과) 섞지 말라”고 질타했다. 또 “여기에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이 몰릴 것 같다든지 하는 정보를 용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찰청장께서 확실한 책임 가지고 좀 규명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정확하게 가려달라”고 당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 청장 등을 향한 정치적·도의적 책임론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다수의 민간 전문가도 참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자리에서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길게 경찰을 질타했다.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답답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책상을 수차례 두드리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공개 발언을 그대로 공개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회의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하라는 대통령의 지침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