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6년 만에 국회 국정조사가 가시화되고 있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대통령실과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강제성 없는 국정조사는 정쟁에 불과하다”며 반대 뜻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막을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국정조사가 현실화 된다면 연말 예산 정국에 더해 국회의 여야 대치 전선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 野 “국조 특검 동시 추진” VS 與 “수사가 먼저”
민주당 지도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에 더해 특별검사(특검) 추진까지 고려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이 동시 진행된 경우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공동으로 9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낼 예정이다. 대통령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경질을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국정조사장에 불러 다시 한 번 책임을 추궁한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69석의 힘을 앞세워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지만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 막판까지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준비 상황은 여당과의 협상에 따라 더 달라질 수 있다”며 “여당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 등 진상규명과 원인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 협조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여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늦어도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통과시켜 정의당과 함께 야당 의원으로만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는 생각이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어 국민의힘이 불참해도 야당의 힘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면 국정조사와 특검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선(先) 수사, 후(後) 논의’를 고수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희생자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바라는 건 신속한 강제 수사를 통해 참사의 원인을 조속히 밝혀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국정조사 추진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 여당의 고민이다. 또 국정조사 특위에 여당이 불참할 경우 야당의 뜻대로만 국정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9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낸다고 해도 의결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론의 추이 등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하며 ‘입법 폭주’ 프레임도 꺼내들었다. 국민의힘의 이태원 사고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만희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지금까지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로 이뤄졌는데 만약 야당 단독으로 이뤄진다면 새로운 선례 내지 반쪽짜리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20대 국회, 국정조사 20건 중 2건만 통과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여야는 20건의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해 국정조사가 진행된 건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와 같은 해 12월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규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등 2건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는 여야가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지만 본회의 통과가 무산되면서 실제 국정조사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정부도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함부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언급해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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