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한 잔해에 러시아어 표기
‘지대지’ 바꿔 대남공격 활용 의도
北, 또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
북한이 9일 오후 3시 31분경 평안남도 숙천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쐈다. 앞서 2∼5일 한미 연합 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을 맹비난하며 35발의 미사일을 동·서해로 집중 발사한 지 나흘 만이다. 미사일은 고도 약 30km, 음속의 6배로 약 290km를 날아가 동해상 무인도에 낙하했다고 한다. 미국 중간선거 개표 도중에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북한이 2일 사상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미사일은 옛 소련제 SA-5 장거리 지대공미사일로 확인됐다. 군은 미사일 탄착 해역에서 건져 올린 잔해(추진체 하단부)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잔해 곳곳에선 러시아어 표기가 발견됐다. 1960년대 옛 소련에서 항공기 격추용으로 개발된 SA-5(러시아 제식명 S-200)는 북한이 1980년대에 도입한 기종이다. 군은 “SA-5를 지대지 공격에 사용하는 SRBM의 비행 궤적(포물선 형태)으로 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의 탐지 요격태세를 기만하거나 혼선을 주려는 의도로 군은 보고 있다.
남쪽을 겨냥해 경사각으로 발사된 점, 유도레이더와 미사일 간 교신이 없었던 점, 최종 탄착 때까지 자폭장치 미가동 등 의도적으로 남쪽에 지대지 발사를 한 게 유력하다고 군은 전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수명이 다 된 지대공미사일을 지대지로 전환해 대남 공격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유사시 전술핵을 장착한 신형 SRBM 등과 동시다발적 ‘섞어 쏘기’로 한국의 요격망을 최대한 흔들겠다는 속셈이라는 것.
SRBM으로 추정한 군의 초기 판단이 빗나가면서 대북 방공망에 허점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군은 “남쪽으로 향했다면 충분히 탐지해 요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군이 북한 미사일의 잔해를 인양한 것은 2012년과 2016년 장거리미사일 잔해 수거 이후 세 번째다. 2012년과 2016년엔 서해상의 얕은 수심(40∼80m)에서 건져 올렸지만 이번엔 동해 1700m 심해에서 인양했다. 최대 작전심도가 3000m인 수중무인탐색기(ROV)가 동원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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