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1일 4박6일 일정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차례로 방문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스페인과 영국·미국·캐나다에 이은 세 번째 순방길이자, 첫 동남아 순방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1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이 아직도 충격과 슬픔에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국민을 두고 외교 순방행사에 참석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워낙 우리 국민들의 경제통상 활동과 이익이 걸린 중요 행사라 힘들지만 순방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많은 나라가 인태(인도태평양)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데 저도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초한 인태원칙을 발표할 것”이라며 “한국과 아세안 관계에 대한 연대 구상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는 역내 가장 중요한 다자외교 행사 중 하나”라며 “미국, 일본을 비롯한 정상이 빠지지 않고 매년 참석하는 회의로 윤 대통령의 참석은 우리만의 특화된 인태 전략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25일 시 주석과 첫 전화 통화로 인사를 주고받은 바 있다.
다만, 시 주석과의 만남은 공식 정상회담이 아닌 풀어사이드(약식회담)나 스탠딩 환담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통역까지 고려하면 짧은 시간 만남일 수밖에 없어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갈지 관심이 쏠린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일단 시 주석과 회담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것이기 때문에 그 기회를 잘 활용해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13일 열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좌할 것이란 전망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도 잡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라며 “회담 의제는 양국이 가장 시급하게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북핵문제, 북한 도발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미국 순방에서 스탠딩 환담을 한 바 있다.
한미·한미일 회담의 주제는 북한의 사이버위협과 북핵·미사일 문제가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국 주도의 사이버 안보 국제회의 등을 비난하고 있는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문제도 논의하느냐’는 질문에 “사이버 분야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광범위한 위협은 한미 정상 간 (대화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 정상회담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런 다자회의에서 양자회담은 미리 확정되기고 하고 회의 진행 중에 갑자기 만들어지기도 하고 검토되다가 사정상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윤 대통령은 첫 동남아 순방을 통해 △세일즈외교 △첨단산업의 공급망 강화 △디지털 파트너십 기반 구축에 나선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아세안은 세계 제5대 경제권, 우리나라의 2위 교역대상이자 2위 해외투자 대상으로 우리 경제성장과 긴밀히 연관돼 있는 지역”이라며 “아세안 국가들은 우리와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으며 기존의 단순 가공제조 중심에서 고부가가치와 디지털 전환 등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 중에 있다. 우리와 지속적인 협력, 확대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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