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밝혔다. 미중 갈등 속에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진 인태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구상에 부응하면서도 중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4박 6일 간의 동남아 순방 첫날인 이날 한-아세안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태 전략’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간 미국, 일본, 유럽은 이 지역 내에서 중국의 부상을 전략적 도전으로 여기고 견제·대응하려는 의도로 각자의 인태 전략을 발표해 왔다. 한국이 독자적인 인태 전략을 수립해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우선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규칙에 기반해서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위협적 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통해 번영하는 인태 지역을 만들어갈 것”이라면서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역내) 경제안보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겨냥해 ‘공급망에 대한 도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보다는 표현의 수위가 다소 낮아진 셈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14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 대면하는 데다 대(對)중국 외교에도 본격 시동을 걸 예정인 상황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을 향해 “한국의 인태 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한-아세안 연대 구상’도 제시했다. ‘아세안 관련 협력기금’을 올해 2400만 달러에서 2027년까지 4800만 달러로 두 배 증액하고, 2024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에 맞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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