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농업 관련 ‘허위 보고’를 처벌하기 위해 새로 제정된 ‘허풍방지법’이 농업분야는 물론 비상방역, 인재양성, 재해방지, 민방위 사업 등 전사회적인 분야에 적용되는 법인 것으로 12일 처음 확인됐다.
뉴스1이 입수한 북한의 허풍방지법 전문에 따르면 이 법은 제1장 허풍방지법의 기본, 제 2장은 경제계산에서의 허풍방지, 제3장 농업생산에서의 허풍방지, 제4장 사회전반에서의 허풍방지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르면 ‘법의 사명’은 “전국가적, 전사회적으로 허풍을 치는 현상과의 전쟁을 강하게 벌려 국가의 정책을 정확히 집행하고 인민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이바지하기 위해”라고 명시돼 있다.
‘허풍의 정의’는 “공명심과 이기심, 책임 회피와 같은 낡은 사상에 물젖어 자기 부문, 자기 단위 실태를 허위로 보고해 국가의 정책집행과 인민생활에 엄중한 해독적 후과를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로 규정됐다.
그간 허풍방지법은 ‘식량난’에 따른 알곡생산, 즉, 농업과 관련한 수치를 허위로 보고하거나 양곡 유통 과정에서 수확량 빼돌리기·축소 보고 등을 막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농업을 포함한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의 각 분야에 두루 적용되는 법으로 제정됐다. 경제 계산은 물론 통계 부분, 비상방역, 과학기술 인재 양성, 민방위 사업, 생산문화, 생활문화, 재해방지, 국가표창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법 조항이 담긴 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사각지대’를 척결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에는 “통계숫자의 과학성과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집권 후부터 꾸준히 통계화·수치화·과학화 등의 과정을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법 조항에는 지켜야 할 것과 금지해야 할 내용들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산업 전반에 있어 중요하게 추진되는 재자원(자원 재활용)화와 관련해서는 ‘제품의 질을 무시하거나 검사를 받지 않은 제품·불합격품·보관기일이 지난 제품·가짜 상품 또는 불량상품을 생산·공급·판매·봉사해 나라의 경제 발전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금지된다.
또 허가받지 않은 계량계측 수단을 사용하거나 계측 기구의 눈금이나 양을 고쳤거나 틀리다는 것을 알면서 사용하는 것 또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
검병과 검진, 소독약 생산과 소독사업, 국경과 지상·해상·공중 봉쇄 등 비상방역 규정과 질서를 엄격히 준수하며 비상방역계획실행정형을 허위로 보고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
민사군사훈련을 형식적으로 집행하거나 뇌물을 받고 훈련 대상을 무락시키는 경우, 생산문화나 생활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사업을 ‘땜때기식’·‘눈가림식’으로 하는 것과 같은 허풍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허풍을 떠는 행위 외에도 이를 ‘암시, 묵인, 조장’하는 행위까지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법을 어길시 자격정지, 자격강급 및 박탈, 몰수, 무보수노동, 노동교양, 해임, 철직 등의 처벌을 받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9월2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농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허위보고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허풍방지법’을 통해 수확량 허위보고를 근절하겠다는 강한 입장을 최근 밝혔다고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국정원 발표와 같은 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허풍방지법’의 제정을 시사하며 “일꾼들은 허풍이 당과 인민을 속이고 당 정책 집행에 도전하는 행위가 된다는것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면서 강력한 법 적용을 시사했다.
다만 이 법은 사회의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음에도 주민들을 단속하기보다는 당과 내각의 간부들을 단속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총비서가 유독 간부들의 ‘사업 태도 변화’를 단속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모습이다.
이 법이 실제 안착한다면 북한의 통치 구조 변화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법의 제정이 선대 시절의 ‘적폐’를 척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각 지역, 단위별 ‘자율권’을 축소하고 중앙집권적인 통치 구조를 더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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