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동의없는 정치적 이용은 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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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강경파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실명 공개 온라인 추모관 개설”
인권위원장 “실명 공개 매우 유감”
日 대사관, 외교부에 항의하기도

더불어민주당의 강경파 의원들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매체들이 유가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야당 의원이 논란을 더 키우고 나선 것.

안민석 김용민 등 20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으로 구성된 ‘10·29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의원 모임’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도입을 촉구하는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참사로부터 열엿새가 흐른 어제(14일) 희생자 가운데 155분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며 “어제 저녁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추모미사에서야 비로소 그 넋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됐고 이제야 비로소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10·29 참사 희생자 온라인 기억관’ 개설을 준비하겠다”며 “희생자 정보는 각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로 사촌동생을 잃은 A 씨는 온라인 추모공간 개설 추진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면서 “아무리 온라인상이라도 최소한 유족을 찾아와서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목적에 추모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유족도 “특정 정당이 (온라인 추모관 개설을) 결정하는 건 누가 봐도 정치적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반발했다.

일방적인 명단 공개에 진보 진영에서도 지적이 계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온라인 매체의 명단 공개와 관련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부 여당도 성토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명단을 공개한 매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단을 구해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주장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분들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예결위에서 “(명단) 유출 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외국인 희생자의 실명이 공개된 것에 대해 주한 일본대사관 등 일부 주한 공관도 외교부를 통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부 대사관으로부터 항의와 시정 요구가 있어 해당 매체에 곧바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온라인 추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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