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뤼터 네덜란드 총리
양국 반도체 기업인들과 차담회
尹, 추가투자 요청하며 “규제 완화”
업계, 반도체 경쟁력 촉매제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페터르 베닝크 ASML 회장과 차담회를 갖고 “한국에 반도체 장비 생산공장 또는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면 양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더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2400억 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시에 1만6000m² 규모의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를 짓는 ASML사에 추가 투자를 직접 요청한 것. 이에 베닝크 회장은 “이번이 1단계 투자로, 추가 기회를 신중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미중 간 공급망 경쟁의 핵심 부문으로 떠오르면서 정상 간 외교도 달라지고 있다. 국가 정상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와 기업을 찾아 투자와 협력을 요청하는 글로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 양국 정상·기업 모두 “반도체 협력” 강조
이날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는 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렸다. 양 정상과 함께 네덜란드 장비업체인 ASML의 베닝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ASML의 ‘화성 뉴 캠퍼스’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양국 경제안보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투자 요청에 베닝크 회장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할 의사를 보이자 윤 대통령은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등을 통해 한국을 최적의 투자처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추가 투자 요청은 대만 등 경쟁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공급해 ‘슈퍼 을’로 불리는 회사다. EUV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등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로, 대당 최소 2000억 원이 넘는다. 생산 대수가 적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간 ‘장비 쟁탈전’도 치열하다. EUV 공급 확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과 벌이는 첨단 반도체 패권 전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양국 간 논의가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EUV의 한국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ASML이 화성에서 생산하는 EUV 장비가 대만 TSMC 등 경쟁 기업에 갈지,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 갈지가 향후 한국 반도체 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 해외 정상, 잇따라 ‘K반도체’ 협력 강조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반도체 협력을 위해 해외 정상들이 한국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1라인(P1)을 둘러봤다. 스페인 총리가 국내 삼성전자 사업장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5월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곳을 찾아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을 남기며 반도체 동맹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윤 대통령과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양국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원전 등 경제안보 핵심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의 신규 원전 건설 추진과 관련해 핵심 정보를 교환하고 전문가급 대화체도 설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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