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MBC, 악의적 행태”…MBC “언론 자유 위축시킬 위협적 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8일 21시 11분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유롭게 비판하시기를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순방 대통령 전용기에 MBC를 배제한 것이 선택적 언론관이 아니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변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전용기 탑승 배제 문제에 대해 물러설 뜻이 없다는 걸 명확히 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MBC에 대해서 “아주 악의적인 행태”라는 표현도 썼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삐뚤어진 언론관”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날 연이어 논평 등을 내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尹 “조작” 언급…순방 후에도 논란 지속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전용기 관련 질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탑승 배제와 관련해 “국민들의 안전 보장과 관련되는 것일 땐 그 중요성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9월 윤 대통령의 뉴욕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MBC의 보도가 한미 동맹 등 외교안보 사안과 직결된 문제라는 여권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사법부의 증거조작 판결 사례까지 가정해하며 “국민 여러분께서 사법부는 독립 기관이니까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할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향후 진행될 MBC의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인가”라는 MBC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답을 하지 않고 집무실로 향했지만 이후 대통령실 참모와 MBC 기자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기정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가는 분한테 그렇게 이야기하면 예의가 아니다”고 했고, MBC 기자는 “질문도 못 하나”라고 맞섰다.

윤 대통령의 발언 뒤 대통령실은 이재명 부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며 10가지 이유까지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했다”며 “MBC의 각종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대통령 부부와 정부 비판에 혈안이 돼 있다”고 했다. 약 1100자 분량의 브리핑에는 “악의적”이라는 표현이 12번 등장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동남아 순방이 끝난 뒤에도 전용기 문제가 이어지면서 미·중·일 정상회담, 신(新)중동 붐 조성, ‘K반도체’ 협력 강화 등 성과가 가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與 “MBC, 보도 수준 돌아보라” vs 野 “봉건 왕조냐”


국민의힘은 이날 MBC를 겨냥해 “사회적 흉기이자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의해 운영되는 노(勞)영방송”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박성중 의원은 ‘노영방송 MBC 무엇이 문제인가’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 때는 문 전 대통령이나 김정숙 여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지 않아놓고 윤 대통령과 배우자에겐 이렇게 난리를 친다”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권성동 의원은 MBC를 향해 “자막조작을 통한 대국민 보이스피싱, 외교 이간질을 목표했던 e메일 질의, 한미 동맹이 공고하다는 답변을 듣고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며 “MBC는 스스로의 보도 수준부터 돌아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언론은 대통령 발언을 받아쓰고 국정 홍보를 지원하는 지원 기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이 비서관의 “대통령에 대한 예의” 발언에 대해서도 “무슨 예의를 어겼다는 말이냐.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은 아예 꺼낼 수 없는 봉건 왕조냐”고 지적했다.

MBC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명확한 근거 없이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악의적 행태’라고 말한 것은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협적 발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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