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오찬때 먼저 얘기 꺼내
20시간 머문 빈 살만 식기값만 1억
태국 들른뒤 日 방문은 전격 취소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와 한남동 관저 오찬을 가졌을 당시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 얘기를 화두로 꺼내 방위산업 수출 논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빈 살만의 동생이 F-15 전투기 조종사라는 걸 알고, 전투기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윤 대통령이) 대화를 자연스럽게 방산 수출 논의로 이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은 2017년 4월 사우디 국왕 칙령으로 주미 대사에 임명됐던 칼리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다. 그는 미국 미시시피주 콜럼버스 공군기지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았고, F-15 전투기 비행시간만 1000시간에 달하는 군인 출신이다. 관저 회담과 오찬 아이디어도 윤 대통령이 직접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엔 관례대로 대통령실 회담이 검토됐지만 윤 대통령이 “진심을 나누기에는 집만 한 곳이 없다”며 관저 회담을 제안했다는 것.
빈 살만 왕세자는 20시간가량 짧게 한국에 머문 가운데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 체류하면서 식기 1억 원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호텔 운동실 내 러닝머신과 근력 운동기구를 모두 치우고 국내에서 빌린 새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대기업 총수들과 차담회를 진행한 호텔 3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과 빈 살만 왕세자 방인 32층 로열스위트룸 창문에는 40여 장에 이르는 방탄유리가 설치됐다. 방탄유리 두께는 약 10cm에 이르는데, 기존 창문 안쪽에 별도로 설치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에 예정된 메가 프로젝트와 연관해 만날 한국 기업들을 다 생각해두고 온 듯했다”며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분야에 대해서는 ‘한국이 베스트’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왕세자가 현대중공업의 항만 건설기술, 두산중공업의 터빈 발전설비 등 한국이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많이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서울을 떠나면서 외교 전보를 통해 “저와 대표단을 환영하고 후하게 대접해준 윤 대통령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7일 한국을 떠나 태국 방콕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는 일본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회담은 물론 일본-사우디아라비아 비즈니스포럼 역시 취소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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