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의 시험발사에 사실상 성공했다. 북한 핵위협 수준이 한층 높아진 셈이어서 대북 확장억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발사한 ICBM은 신형인 ‘화성포-17형(화성-17형)’이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ICBM 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에 나선 건 지난달 17일 당 중앙 간부학교 방문 보도 이후 32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미 제국주의자들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전쟁연습에 집념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사적 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적들이 핵타격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우리 군은 전날 오전 10시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ICBM이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서 발사됐으며 최대 정점고도는 6040.9㎞, 비행거리는 999.2㎞, 비행 시간은 4135s(1시간8분55초)를 기록했으며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전했다. 우리 군이 밝힌 미사일 제원과 유사하다.
일본 방위성은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했다면 최대 사거리가 1만5000km에 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는 거리다. 평양에서 워싱턴D.C까지의 거리는 약 1만1000km다.
이날 ICBM 시험발사 현장엔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와 딸이 전격 등장했다. 김 위원장의 자녀가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자녀까지 데리고 참관한 것은 신형 ICBM 발사 성공 등 그간의 국방무력과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되는 역사적인 중요전략무기 시험 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왔다”며 특기했다. 다만 딸의 이름 등 구체적인 신상명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발사)실패가 예견됐다면 (리 여사와 딸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형 화성-17형 무기체계에 대한 상당한 신뢰감을 이미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당 창건 열병식에서 최초 공개됐다. 현존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중에서 가장 크고 길어서 ‘괴물 ICBM’으로 불린다. ICBM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22~24m로 추정되며, 최대사거리도 1만5000㎞로 화성-15형(1만3000㎞)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탄두부 모습을 볼 때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발돼 소형화된 핵탄두 2~3개를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화성-17형의 탄두가 상공에서 분리되면 미국 주요 도시들을 동시 타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그간 제 성능을 입증하진 못했다. 이달 3일 같은 장소에서 발사한 화성-17형 추정 ICBM도 단 분리는 성공했지만 최종 탄두부가 도중에 추락해 정상 비행에 실패했다. 화성-17형이 이번과 같은 성능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기술 등은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화성-17형의 미 본토 타격력이 처음 입증된 것으로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사일 제원을 볼 때 이번 재발사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고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북한은 이번 화성-17형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한의 ICBM 발사 능력이 안정적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고각 발사로는 ICBM의 핵심인 재진입체 기술 검증은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화성-17형을 추가 발사해 성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북한이 오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앞두고 ICBM을 정상 각도로 쏘는 등 추가 도발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김 위원장이 ICBM을 발사하는 고강도 도발을 재개하면서 향후 7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도 재차 거론된다.
임을출 교수는 “적어도 전략·전술 무기체계의 지속적인 개발과 이를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핵실험의 필요성 더욱 증대됐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