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로 불거진 대통령실과 MBC 간 갈등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18일 윤 대통령에게 항의성 질문을 한 MBC 기자의 행위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잠정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브리핑에서 “도어스테핑은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시도된 바 없는, 국민과의 새로운 소통방식”이라면서 “그런 자리에서 지난주 금요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대통령실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도어스테핑을 포함해, 재발 방지를 포함해 이 사안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 “소개해 드릴 내용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안내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8일 출근길에 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MBC가)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MBC 기자는 집무실로 향하는 윤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높여 “무엇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을 벌였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불미스러운 사안’은 이를 말한다.
윤 대통령이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에 대해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만큼 대통령실은 강경한 기류다. 해당 기자를 두고 도어스테핑을 계속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윤 대통령이 출입하는 로비와 기자실 사이 공간에 가벽이 설치된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보안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MBC를 겨냥해 연일 맹폭을 퍼부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을 겨냥해 “좁쌀 대응”이라며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20일 “(MBC) 박성제 사장과 현 보도국 간부들이 계속 버티는 한 MBC는 대한민국 언론의 수치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기자 출신인 국민의힘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MBC 기자를 가리켜 “팔짱 끼고 슬리퍼 신고 회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기자라기보다 주주총회장 망가뜨릴 기회를 찾고 있는 총회꾼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가히 꼬투리 잡기의 달인”이라며 “언론의 자유는 기자의 복장보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복당 신청을 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다는 응대는 좁쌀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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