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前 미 부통령 “평창올림픽 때 김여정 일부러 무시해…文 주선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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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8시 02분


마이크 펜스 전 미 부통령(오른쪽 아래)이 지난 2018년 2월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부부와 옆에 앉아 있다. 뒷줄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 2018.2.9 뉴스1
마이크 펜스 전 미 부통령(오른쪽 아래)이 지난 2018년 2월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부부와 옆에 앉아 있다. 뒷줄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 2018.2.9 뉴스1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과 마주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 15일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에서 이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부친이 6·25 한국전 참전용사인 펜스 전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당시 미국 사절단을 이끌고 2018년 2월 8~10일 방한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행사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부부장 등 북한 최고위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이 자신과 북측 고위 인사들간 만남을 주선하려고 했던 동기에 대해 “문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한국의 재통일(Korean reunification)’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정중하게 회담을 강요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하면서 “북한은 평창에서 관여를 추진해 왔다. 북한 정부는 나에게 회담을 갖는 것에 대해 백 채널(back-channel) 제안을 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저는 그 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나에게 ‘그들(북한)이 무슨 말을 하는지 보라. 회담이 마련될 수 있다면 그것을 하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펜스 전 대통령에 따르면 2018년 2월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 열린 환영 리셉션과 만찬 당시 헤드 테이블엔 펜스 전 부통령 부부와 김 부부장 등의 자리가 함께 마련돼 있었다. 이같은 배치는 문 전 대통령이 계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에는 북한 대표단을 비롯해 200여명의 각국 고위인사들이 참석했고, 리셉션 시작에 앞서 단체사진 촬영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펜스 전 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의도적으로 연회장에 늦게 도착해 단체사진 촬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펜스 전 부통령은 리셉션에 참석한 각국 귀빈들과 악수를 해가며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다 만찬 테이블엔 앉지 않고 행사장에서 퇴장했다고 한다.

펜스 전 부통령은 당시 이를 피한 이유에 대해 “혹시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할 수는 없었다”며 “그것은 북한에게 상징적인 큰 승리가 됐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또 개회식 당시 귀빈석에 앉았을 때에도 바로 뒷줄 바로 오른쪽에 앉아 있던 김 부부장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무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캐런(펜스 전 부통령의 부인)과 내가 박스석에 도착했을 때 문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 우리 왼편에 앉았고, 아베 총리와 그의 부인이 우리 오른편에 앉았다. 우리 뒤쪽 줄의 오른편에 김정은 여동생(김여정)이 앉았다. 나는 그(김여정)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당시 이같은 좌석 배치 말고 다른 배치도 제안받았지만, 이같은 좌석 배치를 선택했다며 “거기에 앉거나 같이 서서 한미일이 북한의 도발에 맞서 단결돼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펜스 전 부통령은 방한 마지막날이었던 10일 청와대에서 양측이 만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예정됐던 시간 2시간 전에 북한 측이 “평양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만나지 않겠다고 취소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펜스 전 부통령은 자신이 김 부부장 등과 사진 찍는 것을 거부한 것에 대해 김 총비서가 언짢아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펜스 전 부통령은 회고록 제24장 ‘은둔자의 왕국’(The Hermit Kingdom)에서 2017년 비무장지대(DMZ) 방문했을 당시 비밀경호국(SS)의 반대에도 군사분계선(MDL) 코앞까지 갔다고 밝혔다.

대북 메시지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무장한 북한군 바로 앞까지 갔다는 게 펜스 전 부통령의 설명이다.

펜스 전 부통령은 “당초 계획은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의 ‘자유의 집’에서 브리핑을 받는 것이었다”며 “나는 국경 근처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으나 처음엔 SS가 격하게 반대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수십 년간 ‘전략적 인내’ 이후 북한 주민에 대한 잔인함, 핵 야망과 도발의 시간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한이 내 얼굴을 보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밖으로 나가자 건너편에 있던 북한 군인들이 바쁘게 사진을 찍었다”며 “나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 얘기를 했더니 그는 TV를 통해 내가 DMZ에서 건물 밖으로 나온 것을 봤다며, 내 표정이 ‘장난 아니었다’(No games)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시 펜스 전 부통령은 자유의 집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한 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5m 떨어진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방문했었다.

(워싱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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