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실리를 챙겼고, 더불어민주당은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날 여야 안팎에선 합의 내용을 놓고 온도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추후 조사 기간 및 대상 등을 둘러싸고 추가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전격 합의 배경은
국민의힘은 ‘법정 기한 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최우선 목표로 강조해왔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 국정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 것. 이 때문에 이날 국정조사 실시와 예산안 처리를 패키지로 합의하자 여권에선 “예산안 처리를 위한 큰 고비는 넘겼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기에 정부조직법 등 야당 협조가 필수적인 법안 논의도 여야 원내대표 합의 내용에 포함시키면서 협상에 물꼬를 텄다.
민주당은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환란규명 국정조사 이후 23년 만에 야당이 단독으로 국정조사에 돌입하게 되는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되면서 “정쟁을 위한 국정조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된 것. 다만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등 핵심 조사 대상이 빠진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불만 기류도 감지됐다.
● 與 “예산안 처리 후 조사” 野 “24일부터 조사”
이날 전격 합의는 이뤄냈지만 여야는 당장 조사 시작 시점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처리 직후 정기국회가 끝난 이후부터 기관보고, 현장방문, 청문회를 하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기간을 지켜 예산안이 처리된 직후에 정식 조사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조사는 24일 국정조사 계획서 본회의 처리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그때부터 자료를 제출 받고 검증하는 사전 준비과정을 예산 심의와 함께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12월 2일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 지키도록 노력하겠지만 정부 여당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 엇갈린 당내 반응
국민의힘 내에선 “대통령경호처 등 정쟁으로 흐를 수 있는 조사 대상을 제외한 건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선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데 대해 “대통령실과 사전에 논의가 됐느냐”는 의원들의 질의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일일이 답하긴 어렵지만 정부와 조율했다는 말로 이해해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당 내에선 “여당 요구에 끌려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예산국회가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는데 45일의 조사 기간은 너무 짧다”며 “기간 연장도 특위 차원이 아니라 본회의에서 의결하게 돼 있는데 의지가 별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렇게 시간 걸려 합의할 일인가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다. 책임회피와 꼬리자르기 식으로 국정조사에 임하면 국민들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민주당 소속 우상호 위원장 주재로 24일 오전 첫 회의를 열고 국정조사 계획서 논의에 돌입하기로 했다. 여당에선 이만희 의원이 간사를 맡고 김형동 박성민 박형수 전주혜 조수진 조은희 의원이 특위 위원으로 임명됐다. 야당에선 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감사를 맡고 진선미 권칠승 김교흥 조응천 신현영 윤건영 이해식 천준호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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