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을 대변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막말 공세를 재개했다. 김 부부장은 문재인 정권에서도 폭언을 반복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한미 양국이 대북 독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면서 미국과 남한이 대북 제재 압박에 매달릴수록 자신들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남한)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는 것을 넘어 정권 퇴진 투쟁을 부추긴 것이다.
그러면서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며 노골적인 대남 위협도 이어갔다.
또 외교부를 향해서는 ‘남조선 외교부 것들’, 미국의 ‘충견’이고 ‘졸개’라는 매우 경멸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북한의 지난 18일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 추진을 강렬하게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8월에도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하며 윤 대통령을 향해 “인간 자체가 싫다”고 하는 등 막말을 했다.
김 부부장의 직위는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지만, 사실상 외무성과 통일전선부의 대남·대미 전선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이후 꾸준히 대남·대미 담화를 낸 데 이어 올해도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며 미국과 남측을 겨냥하는 담화를 내고 있다.
이번 담화는 이틀 만에 나온 것으로 지난 22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한 것을 두고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반발하며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시정 연설 등을 통해 대외 메시지를 내고 있어 담화 형식은 사실상 김 부부장 명의의 성명이 최고 수위로 평가받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여정의 부부장의 담화는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을 대리하므로 가장 높은 수준에서 대변되는 북한의 입장”이라며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서울과녁까지 언급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제재압박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대응방식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과 분노를 상징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여정의 막말은 전 정권에서도 되풀이됐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3월 본인 명의 첫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며 청와대를 겨냥해 “저능하다”, “세 살 난 아이들”, “바보스럽다”, “겁을 먹은 개” 등 비난성 폭언을 퍼부었다.
같은 해 6월에는 문 전 대통령의 6·15선언 20주년 기념행사 축사를 문제 삼으며 “속이 메슥거린다”, “뻔뻔하고 추악하다”, “요사스러운 말장난”, “철면피” 등의 표현을 썼다.
지난해에도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비난 담화를 내며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임기 말기에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할 것”이라며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 관련 기구 폐지와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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