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여당 지도부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3시간 20분가량 만찬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를 둘러싼 당내 혼란을 수습한 뒤 9월 출범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와 70여 일 만의 첫 만남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를 한남동 관저로 초청했다. 17일 방한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이후 관저로 초청한 공식적인 두 번째 손님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6월 당시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이날 만찬에는 정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대변인단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김 여사는 관저 곳곳을 소개한 뒤 만찬 자리에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1∼16일 동남아시아 순방과 빈 살만 왕세자 회동의 외교 성과를 공유하고, 국민과 국익을 위한 국정 운영의 방향을 소개하는 한편 여당 지도부의 협조와 지원을 당부했다. 아울러 일주일 앞으로 법정 시한(12월 2일)이 다가온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력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만찬 뒤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만찬을 시작하면서 전날 카타르 월드컵 한국과 우루과이전에 대해 언급하며 분위기를 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부산지검에서 근무하며 월드컵경기장에 직접 가 응원을 한 일화도 들려줬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 메뉴는 한식이었으며 참석자들은 맥주로 건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두고 대통령실이 불편한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주 원내대표를 끌어안으며 격려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야당에서는 여당 지도부만 초청해 순방 성과를 공유한 것에 대해 ‘반쪽짜리’라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정치를 복원하려는, 그래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어디에서 희망을 얻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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