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진돗개 경매 사례 언급
“사우디 빈 살만에게도 반려견 보여주고 싶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이 신설된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것으로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25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정 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비대위원 등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약 3시간 20분간 만찬 회동을 가졌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가 추징금 문제로 검찰에 압류돼 경매에 부쳐진 사례를 언급하며 국회에 계류 중인 민법 개정안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03년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가구, 가전제품, 그림 및 진돗개 두 마리 등을 압류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이 키우던 개가 재산으로 분류돼 압류돼 경매에 부쳐졌는데 옆집에 사시던 분이 17만 원에 낙찰 받아 돌려줬다고 들었다”면서 “반려동물은 생명이고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압류 대상에서 예외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할 민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다. 법무부는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 개선 및 동물권 보호 강화 등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행 민법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어 이러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면서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규정해 동물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된 인식을 반영하고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금까지 1년 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 만찬 참석자는 “만찬 자리는 무거운 정치 현안에 대해선 되도록 이야기를 피하는 분위기였다. 월드컵, 반려동물 등 가벼운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면서 “대통령이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까지 챙겨달라고 해 놀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올해 6월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를 만났을 때 전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가 경매에 넘어갔던 일화를 언급하며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윤 대통령은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바리아 왕세자 방한 당시 반려견 ‘써니’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너무 짖는다’는 경호팀의 만류로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강아지들이 아파트에서 관저로 이사한 뒤로 마당을 뛰어다니니 살이 쑥 빠져 건강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막상 써니가 너무 예뻐서 달라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고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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