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9일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다루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의회 폭거의 상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반발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KBS, MBC, EBS 이사회 구성 및 이사 추천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국회와 시민단체, 직능단체 등이 이사를 추천하도록 했다. 또 공영방송 사장은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특정 진영에 치우친 사장 임명을 피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언론노조 공영방송 영구장악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이사를 추천하는) 방송 및 미디어단체, 시청자위원회, 노조 등 방송 직능단체는 친(親)민주당, 친민노총 언론노조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반(反)헌법적 반민주적으로 통과시킨 방송법 개정안으로 인해 대한민국 공영방송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노(勞)영방송’으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법안소위를 시작으로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에서 제대로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의석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겠다는 의도지만 여당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에서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본회의 통과 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시사했다.
방송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집권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야당이 되자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건 ‘밥그릇 지키기’라고 비판했다.
구종상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공영방송 독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민주당이 여당일 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친민주당 인사가 KBS와 MBC 등 주요 방송사를 장악하게 했다. 그러다 야당이 되니 이들의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대호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21명 이사를 추천할 때 국회 외에 학회와 방송 현업단체 몫을 추가한다고 하지만 결국 특정 노동조합과 정치 진영에 가까운 인사들을 더 많이 포함시켜 이들의 지배력을 더 강화하는 개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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