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이틀 앞둔 30일 여야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등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참사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 장관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임건의안을 뛰어넘어 바로 탄핵소추안을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30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향해 “대통령 측근 지키기에만 열중하며 국정조사를 회피할 핑계만 찾는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유족의 피맺힌 절규에 귀 기울여 민심의 명령에 따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가 한 달이 지났건만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무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정쟁이라 주장한다”며 “어제 대통령실이 국정조사 보이콧을 주장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유족과 국민 앞에서 최소한의 부끄러움이라도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는 순간 국정조사 합의는 파기 수순”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실시를 합의한 상황에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와 탄핵 추진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민주당을 향해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며 “막가파식 자기모순 정치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국정조사 계획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뜬금없이 행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던진 의도가 무엇인가. 국정조사 대상에 행안부 장관이 포함돼 있는데 장관을 조사하기도 전에 해임하겠다는 건 무슨 경우인가”라며 “당대표 이슈를 덮기 위해 국회를 계속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원래 합의대로 국조에 성실히 임하면 될 일”이라며 “자기모순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더 빨리 잃어버리는 지름길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법정 처리 시한인 다음달 2일은 물론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9일까지도 예산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사상 첫 ‘준예산’ 편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0일 “민생은 점점 나빠지고 있고 경제 상황도 악화되는데 정부여당이 오히려 예산안 심의를 보이콧하기도 한다”며 “(정부) 원안 아니면 준예산을 선택하라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이 가능한 대안을 확실하게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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