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敵)이란 표현이 국방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방백서에서 6년 만에 부활한다.
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내달 발간 예정인 ‘2022 국방백서’ 초안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표현이 담겼다.
소식통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우리의 분명한 적이란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식통은 “‘주적’(主敵·주가 되는 적)보다는 ‘적’이란 표현이 들어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을 적으로 다시 명시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올 1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소셜미디어(SNS)에 “주적은 북한”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월 초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 또한 이에 맞춰 5월2주차 장병 정신전력 교재에 “북한의 도발은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협이며, 이런 안보 위협이 지속되는 한 북한군과 북한 정권은 우리의 적”이란 내용을 담았다.
내년 국방백서에 이 같은 표현이 들어간다면 201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적’ 표현이 부활하는 게 된다.
지난 1995~2000년판 국방백서엔 ‘북한=주적’이란 개념이 담겼다. 1994년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러나 2000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회복되면서 2004년판 국방백서부턴 북한을 ‘직접적 군사위협’ 등으로 표현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시기였던 2008년엔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란 표현을 썼다.
군 당국은 앞서 2000년까진 국방백서를 매년 발간해왔으나, 2001~3년엔 백서 대신 정책자료집을 내면서 ‘북한은 주적’ 표현을 뺐고, 2004년 국방백서부턴 격년제로 발간되고 있다.
그러다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등이 발생한 뒤 그해 국방백서에선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다시 등장했고, 이는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6년까지 유지됐다.
이후 2018년 국방백서에선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의 3차례 정상회담 결과 등으로 다시 달라진 남북 간 분위기를 반영한 듯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표현이 사라졌다. 2020년판 국방백서에도 ‘북한군은 적’ 대신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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