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에서 불거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당 대표 출마설과 그에 따른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논란’에 대해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도 일제히 나서 ‘한동훈 차출 불가론’을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차기 당 대표의 조건으로 제시한 ‘수도권·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감 당 대표론’이 이른바 윤심으로 읽히며 당내 자중지란을 부르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힘 내 ‘한동훈 차출설’에 대해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 직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취지로 주변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2월 말∼3월 초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에서 한 장관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으로, 여당 내에서 ‘한동훈 차출설’이 윤심인 듯 제기되는 것에 대해 내각 인사권자로서 불쾌감까지 드러낸 것이다.
한 장관 차출설은 그간 여권 내에서 꾸준히 언급되긴 했지만 당 지도부가 ‘수도권·MZ세대 공감 당 대표론’을 언급하면서 급부상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수도권, MZ세대 표심을 강조한 배경이 청년층에서 인기가 높은 한 장관까지 당 대표 후보군에 포함시켜 여론을 살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친윤 그룹이 공공연히 ‘한동훈 차출 불가론’을 밝힌 데 이어 윤 대통령의 실제 의중이 알려지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또다시 흠집이 나게 됐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한 장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윤 대통령은 추호도 그런 생각 없고 한 장관도 전혀 생각이 없다고 들었다”며 “자꾸 행정부에 있는 장관을 정치에 끌어들여 자기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한 장관은 지금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법무부에 지금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MZ세대 표심에 호소할 수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날 종일 파장을 불러왔다. 당 대표 선출 방식 등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까지 불거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당 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 “(책임)당원들 대부분, 3분의 2가 영남권이고, 70∼80%가 60대 중반 이상이라 당심(黨心)은 수도권 민심이 아니라 대구·경북 민심”이라고 직격했다. 현재 70%인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최대 90%까지 높이려는 일부 친윤계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친윤 그룹은 “당 대표는 당원 손으로 뽑아야 한다”며 당원 투표 확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정재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당 대표는 당원들이 뽑는 것이고 수도권 일반인의 대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가 현재 거론되는 당권 주자들을 두고 “(당원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장 의원은 “전당대회에 찬물을 끼얹는다”라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내부 총질보다 더 나쁜 내부 디스(공격)”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