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내년도 예산안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3+3 협의체’를 꾸리고 이틀째 담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예산 감액 폭에 대한 이견조차 좁히지 못했다. 여야 협상이 극적 타결을 보지 못하면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첫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구성된 3+3 협의체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 주재로 예산안 막판 협상에 나선다. 여야는 8~9일 본회의를 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인데, 예산안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 종료일(9일)을 넘길 공산이 크다.
최대 난관은 ‘감액 규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년 수준(6조~7조원)의 감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전날(6일) 제시한 감액 규모는 최대 2조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이전, 지역화폐 등 쟁점 예산과 예산 부수 법안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지만, 여야 입장 차가 5조원 규모로 큰 탓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 협상이 이날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면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 처리를 못 한 첫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전날(6일)까지 예산안 문제를 논의했지만 감액 규모에 대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 예산안이 처리될 가능성을 상정해 12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과) 입장이 현격히 차이가 있다”며 “우리는 감액 규모를 평년과 비교해서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 원내대표도 “감액을 둘러싸고 의견이 많이 접근되긴 했는데 아직 갭(차이)이 크다”며 정부가 새로운 감액 의견을 제시하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산안 협상이 임시국회로 넘어가면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8~9일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만 처리될 전망이어서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보이콧’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 예산안 협상 지연으로 내년 1월7일이 시한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에 민주당은 최악의 경우 감액만으로 하는 ‘단독예산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다만 여야가 증·감액 협상을 병행하고 있고, 일부 쟁점 예산 및 예산 부수 법안에서 절충안을 찾는 등 실타래가 풀리는 분위기여서 정기국회 종료 직전 ‘극적 합의’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는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 등 이른바 권력기관 예산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쟁점 예산에서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고, 소득세법 개정안도 민주당이 정부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양당 원내대표 배석 없이 국회에서 만나 예산 부수 법안 협상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예산안 협상은 증액심사 단계로 넘어갔고 감액 규모만 여야 합의로 도출하면 된다”며 “감액이 최종 문제인데, 바꾸어 말하면 감액이 된다는 것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증액 사업도 어느 정도 일괄 타결된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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