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사령탑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되 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김 의장의 중재안을 두고 벼랑 끝 대치를 벌였다. 그러나 여야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회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개정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 여기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도 얽혀 있어 여야는 주말에도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 최대 쟁점은 법인세 인하
여야는 이날 오전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가진 데 이어 김 의장 중재로 다시 만났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최대 쟁점은 법인세 인하 문제였다. 김 의장이 법인세 인하를 두고 제시한 ‘통과 후 2년 유예’ 중재안에 야당이 ‘초부자 감세’라고 거부했기 때문. 여야 원내대표가 마주 앉은 국회의장실에서는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와 고성이 흘러나왔다.
여당은 법인세 인하가 윤석열 정부 첫 세제 개편안의 핵심인 만큼 김 의장이 중재한 ‘2년 유예’까지 수용하며 무조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법인세 개편이 필수라는 것. 주 원내대표는 “대만의 법인세율은 20%고 지방세는 없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법인세율 25%에 지방세 2.5%를 합쳐 총 27.5%가 되는데 누가 우리나라로 오겠나”라며 “기업들이 조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등을 대만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빼앗기게 된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당을 향해 “새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 데 정말 조금이라도 도와주시라”며 “성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몇 년 뒤에 평가해 주시리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연 3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에 대해서도 법인세를 25%에서 22%까지 낮추는 것은 ‘초부자 감세’라며 맞서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영업이익 5억 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을 10%까지 낮추는 건 동의하겠지만 100개도 안 되는 (영업이익 3000억 원 이상인) 기업을 위해 법인세율 3%포인트를 안 낮추면 의미 없다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온당한가”라며 “우리로서는 정말 양보할 수 있는 최대치로 했다. 떡 하나 줬더니 손모가지 달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오전 여야 합의가 결렬되자 민주당은 오후에 자체적으로 만든 예산안 수정안을 들고 김 의장을 찾아갔다. 169석의 힘을 앞세워 자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의도지만 김 의장은 “여야 합의 없이는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與野, 금투세 도입 ‘2년 유예’ 잠정 합의
정기국회 내 처리 불발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주말 동안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10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라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여야가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해 접점을 찾는다면 주말인 10, 11일에도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장도 이날 입장문에서 “비록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여야 합의를 서둘러 달라”고 했다.
여야는 그간 원내대표 간 협상을 통해 예산안 증·감액 범위,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크게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현행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고, 일반공제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높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추 부총리는 “여야가 고가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종부세를 중과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말했다. 당초 내년 초 시행되는 금투세 도입도 2년 유예하기로 여야는 뜻을 모았다.
여기에 이날 정치권에서는 여야 합의문 가안으로 추정되는 ‘2023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회자되기도 했다. 이 문서에는 예산안의 국회 증액 규모를 4조5000억 원으로 정하고, 민주당이 요구해 온 지역화폐 예산 2400억 원 증액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 측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 초안을 만들어 검토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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