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백화점에 롤렉스-디올…北, 달러 긁어모으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1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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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의오늘’ 캡처
북한 ‘조선의오늘’ 캡처
북한 평양의 국영 상점들이 주민들에게서 미국 달러를 받고 북한 원화를 거슬러주는 방식으로 외국산 생필품 및 사치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핵·미사일 개발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군사비 지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 봉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으로 곤경에 처한 북한이 민간에서 외화를 끌어 모으려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NYT가 공개한 각종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평양의 한 국영 상점 진열대에는 샴푸와 면도기 등 외국산 미용제품들이 가득했다. 미국 생활용품 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의 면도기 질레트부터 영국 기업 유니레버의 도브, 독일 바이어스도로프의 대표 브랜드 니베아, 일본 제품까지 다양했다. 수입 라면, 기저귀 등도 판매되고 있었다. 이 제품들은 모두 달러로 결제가 가능했고 잔돈은 북한 원화로 거슬러 받아야 한다고 NYT는 전했다.

평양에 있는 대성백화점에는 스위스 브랜드인 롤렉스, 티소 손목시계와 디올, 랑콤 등 명품 화장품, 고가의 소니, 캐논 디지털 카메라가 진열돼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사치품들 수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는 명품 시계 등 사치품을 북한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북한 내 휴대전화 판매도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국영방송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만든 휴대전화 광고가 송출되고 있었다. 이 휴대전화에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모기퇴치 애플리케이션, 슈퍼마리오와 앵그리버드 등의 해외 인기 모바일 게임들도 설치돼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 국민 5명 중 1명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일반 주민의 사적 외화 소유 및 거래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게다가 그럼에도 북한 정권이 국영 상점에서 달러 결제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NYT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 위원장에게 외화벌이가 절실하다는 신호”라면서 “그는 국민 생계뿐만 아니라 자신의 군사적, 경제적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외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정권은 국영 상점 외 민간 시장에서의 달러화 사용은 엄격히 단속하고 주민들이 달러를 은행에 예치하도록 해 외화 유출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7~2021년 북한 무역적자는 83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르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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