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휴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이 후속 행보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서 이 장관의 거취는 흔들리지 않는 상황. 반면 “해임건의안 거부 시 탄핵소추안 발의”라는 민주당의 계획이 흔들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 야권 인사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와 탄핵안 추진이 맞물리면서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청문회의 핵심 증인인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언제 밀어붙일지에 더해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 탄핵안 처리 위한 본회의 불투명
169석의 민주당은 단독으로 재적 의원 과반 찬성이라는 탄핵안 가결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민주당이 탄핵안을 고민하는 건 탄핵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12일 TBS 라디오에서 “본회의 소집일은 다수당 원내대표라고 해서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앞으로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연속 본회의를 잡아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장관이 자리를 유지하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사하거나,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법사위 조사의 경우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어 민주당 등 야당이 원하는 방향 등으로 순탄하게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남은 방법은 본회의 표결뿐인데, 탄핵안 처리를 위해서는 보고를 위한 본회의와 표결을 위한 본회의 등 두 차례 본회의가 열려야 한다. 본회의는 여야 합의가 원칙이지만,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아도 김진표 국회의장 직권으로 개최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당의 강한 반대에도 해임건의안을 위한 공휴일 본회의를 개의한 김 의장이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가결을 위한 본회의까지 쉽게 열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이 민주당의 고민이다.
또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탄핵 소추의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민주당의 고심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 野, 탄핵 추진해도 시점 고민
민주당이 이런 어려움을 감안하고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시점이 문제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의 탄핵 추진 시점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어제도 유족들은 ‘법대로’를 외치는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는 왜 법대로 하지 않는 것이냐며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 곧바로 탄핵을 요청할 것이라 밝혔다”고만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국정조사와 동시에 탄핵안을 추진해 가결될 경우 직무가 정지돼 ‘식물 장관’ 상태가 되는 이 장관을 청문회장에서 추궁해야 하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선 ‘선 국정조사 후 탄핵’ 방안도 거론된다.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미흡한 대처가 밝혀질 경우 탄핵의 근거가 좀 더 명확해지고, 이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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