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한중외교장관회담서 ‘한미 갈라치기’… 저의는?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13일 11시 00분


박진 외교부 장관(위)이 12일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2.12.12/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위)이 12일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2.12.12/뉴스1
중국 측이 12일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을 향해 ‘작심’ 발언을 내놓은 사실을 공개했다. 우리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기조와 그에 따른 정책 동조화 움직임을 겨냥한 ‘한미 갈라치기’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이 ‘반도체칩 및 과학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 등을 제정한 데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관세 규정 위반 판정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정당한 이익을 명백히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왕 부장은 특히 “미국은 국제규칙의 건설자가 아닌 파괴자임을 재차 입증했다”며 “모든 국가는 세계화에 역행하는 낡은 사고와 일방적 패권 형태에 맞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수호·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교당국 간 양자회담에서 ‘제3국’을 직접 언급하며 비난하고, 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비난 대상이 된 국가에 대한 ‘실례’일 뿐만 아니라, 회담에 임한 상대국에도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단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왕 부장이 이번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을 직접 견제하고 나선 건 미중 간 전 방위 패권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우방국들을 규합해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맞수’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왕 부장이 예로 든 미국의 IRA엔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상당의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자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 시장에 내다파는 우리나라나 유럽 업체 등의 ‘불이익’이 예고된 상황이다.

또 미국의 ‘반도체칩 및 과학법’은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법엔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지은 업체에 최대 30억달러(약 4조원)의 보조금을 주고, 이를 받은 기업은 ‘안전장치’ 조항에 따라 10년간 중국 등에 반도체 시설을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도 타국과의 외교 일정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도 국익 차원에서 자신들이 할 말을 하겠다는 것이다. 왕 부장의 이번 발언엔 ‘한국이 완전히 미국 편에 서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양 연구원은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한국은 늘 관심의 대상이자 견인의 대상, 때론 공작의 대상”이라며 “한국에 일종의 ‘위협’을 가하는 건 미국 때문임을 이번 회담에서도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외교부는 이번 한중외교장관 회담결과를 담은 자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 등 정상간 교류 모멘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중국 측 자료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또 우리 외교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과 관련해 “중국이 한국의 ‘담대한 구상’(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 등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길 기대한다”는 박 장관의 당부에 왕 부장이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지만, 중국 측 자료엔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적시돼 있지 않다.

대신 중국 외교부는 “(한중) 양측이 한반도 정세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지역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중국 측은 지난달 시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 뒤 작성해 배포한 자료에선 북한 문제가 다뤄진 사실을 아예 공개하지 않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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