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검찰에 소환된 것을 두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차라리 나를 소환해 달라”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압수수색, 소환, 구속영장 소식을 들으면서 답답하고 개탄스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도대체 몇 명이나 소환이 됐는지 헤아려보려 해도 너무 많아 종합이 되질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묵묵히 최선을 다했던 공무원들이 고통받는 상황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법이라도 만들어서 정치적 책임은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 지고 정치보복은 정치인에게만 하기로 못 박으면 좋겠다. 그저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으면 누구도 소신을 바쳐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검찰 수사가 전임 정부를 겨냥한 정치보복 수사임을 지적한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서해 사건은 이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기소하고 박 전 원장을 소환했으니 그쯤 하는 것인가. 그럼 이제 원전과 인사 문제로 전환하는 건가”라며 “벌써 압수수색과 소환을 받은 이가 몇십 명인지 모른다. 애먼 사람들 불러다가 나라 시끄럽게 하지 말고, 차라리 임종석을 소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이든 인사든, 아니면 울산 사건을 다시 꺼내 들든 정치하는 사람들끼리 빨리 끝내자”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경 서 전 실장이 청와대에서 1차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박 전 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에게 관련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23일 오전 3시 노은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통해 “표류 아국인(우리 국민) 사살 관련 내용은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이니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되, 국정원 내 통신첩보 관련자료 일체를 삭제하도록 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4일 박 전 원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박 전 원장은 오전 10시경 검찰에 출석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서 전 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고, 또 제가 원장으로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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